본문 바로가기

기억/여행

190629-0706 몽골 홉스골 투어 (1)울란바토르, 하르허링, 어기호수

Prolouge

 

여행 계획은 항상 충동적으로 잡게 되는데, 특히 주변 사람이 추진력이 쩐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번 몽골 여행 역시 그런 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대략적인 흐름이 이렇다.

 

친구 : 나 사막 보고 싶은데 사하라는 좀 무서워. 몽골 고비 갈래?

나 : 그래

친구 : (몽골여행 책자를 보다가) 오 이것봐 홉스골에 대한 묘사가 엄청나 홉스골로 가자!

나 : 그래

 

써놓고 보니까 내가 단순한 예스맨 같지만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뱉은 예스에 대한 책임감은 있는 예스맨이다.

 

1월쯤 저 대화가 오갔고 비행기 가격을 보다가 더 내려갈 것 같진 않아 설 연휴에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몽골항공으로 60만원 초반쯤이었다.

 

사실 나나 친구나 일단 지르고 보는 타입이라 비행기 표를 끊기 전까지는 그냥 '간다 몽골' 이상의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시기는 그냥 우리 휴가 맞출 수 있는 때로 질렀고, 장기 휴가 후엔 귀국해서 하루 쉬는 게 좋으니까 토요일 귀국해야지~

정도 생각하고 시기 대충 때려넣어서 비행기표를 끊었는데,

나중에 보니 은하수를 보려면 보름달이 뜨는 때는 피해야 하고(어떻게 이건 잘 맞췄음)

홉스골까지 가려면 실투어일이 7일정도는 확보되는 게 좋겠더라.

우리 일정은 실투어 6일이었는데 이게 좀 짧아서 초반에 일정 짤 때 몇몇 여행사에선 퇴짜를 맞았다.

(우리 가이드도 마지막날에 우리한테 슬쩍 물어봤다. "이렇게 가면 너무 이동만 많이하는데 왜 이렇게 짰어요?")

 

그리고 투어 일행을 구하는 게 관건이었는데, 짧은 실투어+홉스골(상대적으로 고비보단 적게들 가시는듯) 이어서 그랬는지 러브몽골에 열심히 동행글을 올려보아도 일행이 잘 구해지지 않았다.

겨우 한 분 구하곤 영 소식이 없어서, 결국은 친구가 자기 친구들을 직접 다 영입해왔다.

 

도중에 동행글로 모집한 그 분은 말도 없이 우리 단톡방을 나가셨는데, 그 자리는 다시 친구의 친구로 메워졌다.

(아마 그분은 아시아나 취항하면 몽골 티켓 싸질것을 기다리셨던 것 같은데... 그래도 말없이 나가시는 건 너무했어요...)

 

대략 동행 구하고 일정 및 여행사 확정하는 것까지는 4월쯤 해서 끝난 것 같고,

한동안 몽골 여행은 생각도 안 하고 있다가 5월 초쯤 비자 발급을 했다.

원래는 직접 비자 발급 받으러 갈 생각이었는데 귀찮아서 비자대행으로.

훈누투어에 신청했고, 서류만 잘 준비하면 돼서 생각보다 어려운 점 없이 신속하게 발급 완료.

분명 사진을 보냈는데 받아본 비자엔 사진이 없어서 ㅡㅡ? 했지만 그래도 뭔가 차곡차곡 준비가 잘 되어가는 기분이었다.

 

그 이후로 또 다시 몽골에 대한 생각을 잊고 있다가 출국 일주일 앞두고 슬슬 준비물 찾아보고 챙기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실감이 안 났는데 어느새 한국에 돌아와서 후기글을 쓰고 있다니....흑흑..........

 

어쨌든... 시작해보자...

 


DAY 1 : 울란바토르

 

2시 20분 비행기를 타고 울란바토르로. 도착해서 픽업 서비스 받아 예약해둔 에어비앤비로 갔다.

방이 여럿 있는 큰 아파트 형태였는데 시설이 되게 좋아서 우와- 함.

우리 일행은 총 6명이었는데 둘은 전날 울란바토르 왔고, 한 명은 나랑 친구가 도착한 그 날 새벽, 나머지 한 명은 그날 늦은 밤으로 다들 도착 시간이 달랐다.

 

일단 5명이 모였으니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로.

먼저 온 팀이 카페베네로 오라고 하기에 카페베네가 하난가보다 하고 구글맵을 켰는데 지점이 참 많아서 당황...^^

 

친구들은 점심에 '더 불 the bull'에 가서 배터지게 식사를 했다고 했다.

내가 다른 친구한테 맛있다고 듣고 간 블랙버거는 그 전날 먹어봤는데 맛이 없다고 했고.

한식이랑 당분간 멀어질 것 같으니 한식집으로 갈까 하다가 눈앞에 보이는 루트22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사과쥬스를 시켰는데 과일 100% 착즙 뭐 이런 것일 줄 알았는데

마트에서 파는 1L짜리 종이곽에 든 쥬스를 가져와 와인처럼 고급지게 따라주길래 빵터졌음 ㅋㅋ

 

음식 맛은 괜찮았다.

 

연어샐러드, 크림치킨펜네파스타, 돼지고기 어쩌구 요리, 그리고 친구가 이마트 피자같다고 평한 피자 ㅎ...

쇼핑하고는 국영백화점으로 갔다.

친구 하나는 샌들밖에 들고 오지 않아서 나이키에서 운동화를 하나 샀는데 한국과 비교해 그리 싸진 않았다.

국영백화점 가다가 만난 루피와 국영백화점 앞 해태 닮았지만 다리가 짤뚱해서 귀여운 친구.

 

사실 국영백화점에서는 피크닉 매트나 일회용 수저 등을 살 생각이었는데,

막상 들어가보니 귀찮기도 하고 내일 마트 들른다고 하던데 뭘~ 이라는 생각에 아무 것도 사지 않았다.

 

숙소 잠시 들어왔다가 재정비하고 근처 아이리시펍에 가서 맥주 한 잔.

골든고비 생맥이 참 맛있었다.

 

친구를 픽업하러 온 가이드에게 투어비를 미리 지불하고, 내일 만날 것을 기약하며 잠이 들었다.

 


 

DAY 2 : 울란바토르 - 미니사막 - 하르허링 - 어기 호수

 

투어는 7시 출발. 처음으로 푸르공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 푸르공은 짙은 카키색이었다.

민트색을 기대했던지라 조금 실망했지만 그래도 푸르공의 갬성은 그대로인걸...☆

물론 몇 번의 오프로드를 경험한 끝에 우리 일행들은 다음번에 몽골에 오게 된다면 꼭 스타렉스를 빌리겠다고 다짐했지만,

어쨌든 이번 여행에서는 푸르공과 함께 사진을 많이 찍었으니 되었다...

 

처음으로 본 몽골의 마트가 신기해서 이것저것 찍었다. 파프리카맛 감자칩 마이쪙
이땐 수많은 가축떼가 마냥 신기해서 보이면 열심히 찍었다. 나중엔 심드렁해짐.

 

 

가는 길에 휴게소 같은 곳에 들러서 밥을 먹었다.

메뉴를 골라야하는데 몽골어를 전혀 모르니 뭘 시켜야 할지 감도 안 왔다. (물론 그림이 있긴 했지만)

이것저것 시켜서 나눠먹기로.

내가 시킨 건 파프리카, 달걀, 양고기를 함께 볶은 음식. 이건 이름도 아직 모르지만 식사에서 참 많이 나왔던 메뉴였다.

(몽골은 감자가 많은지 늘 밥 옆에 매시드포테이토가 함께 나왔다.)

 

이와 함께 많이 나온 게 일종의 볶음면 같은... 발음이 츠바 였던 것 같은데. 츠반인지 츠방인지, 하여튼 그런 이름의 볶음면이다. (오 지금 검색해보고 왔는데 놀랍게도 초이왕이라고 표기하는군...)

나중에 우리 가이드가 말해주기를, 몽골 사람들은 그 음식을 몹시 좋아해서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할 정도이며, 몽골 여자는 그거 하나만 잘 만들어도 좋은 남자를 만난다는 말이 있다고.

 

밥 먹고는 휴게소를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구경했다.

말들이 묶여 있는데 분홍파랑 옷을 입고 있어서 귀여워서 찍어봄.

 

 

가다가 다시 잠시 차를 세우고 유목민들을 만났다.

몽골의 인심이란. 가이드가 늘 처음 보는 곳에 차를 세우고 처음 보는 이에게 말을 걸어도 친구 같아 보이는 곳.

 

말들이 보여서 가까이 다가가다가 가이드한테 혼났다. 말은 뒷발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절대로 뒤로 다가가면 안 된다고.

 

손수 만든 치즈와 마유주를 친절하게 권하시던 아주머니와 귀여운 몽골 꼬마아이.
10~11살쯤 돼보이는 아이였는데 유창하게 영어로 말을 걸어서 1차 놀랐고, 쿨하게 오토바이 타고 떠나서 2차로 놀랐다 ㅋㅋ
저 멀리 보이는 진짜 게르와 말, 초원, 높은 하늘.

드디어 미니사막에 도착했다.

미니사막은 원래 코스에서 뺄지 말지 의견이 분분했던 곳인데, 다수결 결과로 넣었던 곳.

그래도 이왕 가는 거 볼 수 있는 건 다 보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었지.

 

인터넷에서 그냥 덤프트럭으로 모래 한 더미 쏟아놓은 것 같다고 해서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웬걸,

그정도는 아니고 그래도 꽤 멋진 사막 느낌이 있었다. 

물론 낙타 타고 가서 사진 찍고 바로 돌아오느라 오래 보진 못하지만.

 

우리의 탑승을 기다리는 낙타들. 일어날 때 롤러코스터 같은 느낌이 엄청나다.

낙타몰이꾼 한 명이 낙타 두 마리씩을 끌고 사막으로 향한다.

내 낙타를 끌어준 건 이 어린 아이였는데, 죄책감이 느껴졌다.

근데 또 그들의 삶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저 아이를 가엾게만 생각하는 것도 내 오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예에전에 인도 가서 인력거 탈 때, 땀 뻘뻘 흘리면서 우릴 태우고 그 더위 속을 뛰는 인력거꾼을 보면서도 되게 미안했는데 또 생각해보면 당당한 경제활동인 것을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나 싶기도 하고.

모르겠다. 몰라서 어렵다.

 

초원을 지나 제법 사막모양이 나는 미니 사막으로.

사막에는 포토 스팟이 있는 모양. 낙타꾼들이 우리를 세워두고 정말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는다.

가만 보면 본인들이 사진 찍는 것을 즐기는 모양새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랑해요' 같은 포즈를 요구하기도 하고 ㅋㅋㅋㅋ

우리 일행 중 남녀 한 쌍이 우연히 비슷한 톤의 티셔츠를 입었더니 신혼부부인 줄 알았던지 손을 맞잡는 포즈를 시키기도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열정에 지쳐 가다가 사진 한 번 더 찍자는 그들의 말을 우리가 거부할 정도였다... 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일행 중 한 명이 심각하게 엉덩이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ㅋㅋㅋㅋ

그가 탄 말이 유독 말라서 뼈에 많이 부딪혔던 모양.

나는 예전에 인도에서 낙타를 탔을 때에는 허벅지 안쪽 고관절 부분이 되게 아팠는데 이번에는 내리고 나니 무릎이 아프더라.

 

생각지도 못하다가 가이드가 귀띔을 해줘서 낙타몰이꾼들에게 팁을 좀 주고 다시 떠났다.

 

 

다시 열심히 달리고 달려 도착한 하르허링. 상당히 고도가 높은 곳에 있어 주위에 펼쳐진 풍경이 장관이었다.

 

색색의 천이 묶여있는 제단 같은 곳.

이 주위를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세 번 돌을 던지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제단 앞에 동물의 머리뼈들이 있어 저게 뭐냐고 물어봤더니 가이드가 나담 축제 말 경주에서 1등을 한 말들이라고 했다.

순간 그 말을 오해해서 "네? 1등을 했는데 죽여버리는 건가요???????" 라고 대답했는데...

그게 아니고 1등한 말들이 '자연스럽게' 수명이 다해 죽으면 여기 놔주는 거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푸르공과 몽골의 자연은 참 잘 어울려요.. 그쵸...?
저 멀리에 보이는 곳이 에르덴조 사원.
하르허링 사방에 놓은 거북돌. 도시가 거북의 수명처럼 오래 가길 바라며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스탈린 시대에 파괴당하고 두 개만 남았다고.

하르허링에서 드론 날리면서 사진도 찍고.

가이드의 인솔로 남근석도 구경했는데, 남근석은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보이지만 그 유래가 특이했다.

승려들이 하도 성욕 때문에 절을 떠나니까 그걸 근절시킬려고 만들었다고...(내가 이해한 바로는)

오늘날에는 우리나라랑 비슷하게 아들 낳고 싶은 아낙네들이 많이 찾아오는 모양.

 

이쪽에 노점들이 있어서 수공예품들을 팔고 있었는데, 놋쇠 그릇 같은 것을 공이로 문지르면 신비한 소리가 나는 악기같은 것도 있었다. 오 너무 신기했어.

 

에르덴조 사원은 잠시 구경만 하고 다시 어기 호수로 어기여차 향해 갔다. (꺄르르 내 배꼽)

 

홉스골만 생각하고 있어서 미처 몰랐는데 어기 호수도 꽤 큰 호수였다. 오 이 평화로움.

와 식당에 밥 먹으러 가다가 무지개도 봄. 내 이름은 솔롱고... 무지개라는 뜻...
이날 저녁식사. 뭔진 잘 모르겠지만 양고기라는 것 하나는 확실하다.

 

이 시기 몽골의 해는 9시가 넘어야 졌다. 밥 먹고 나오니 노을 보기 딱 좋은 시간.

해가 거의 다 넘어간 시간의 게르들.

 

이날 게르는 불이 너무 심하게 때져서 한증막 같았다.

잠시 들어가 있다가, 문 열었다가, 밖에 나와 있다가, 추우면 잠시 들어갔다가, 그랬다.

 

별들이 완전히 뜨기를 기다리며 카드게임을 열심히 했고, 술판도 벌였다.

이날 먹은 Mutton soup 라면이 의외로 양의 맛이 진하게 나고 맛있어서 친구들이 참 좋아했다.

(나는 사실 양 냄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별로였음.)

그리고 김치찌개 라면은 별로 김치찌개 맛이 나지 않는 그냥 라면이었고, 신라면도 우리나라보다 맵지 않았다.

 

저 맥주는 가이드가 추천해준 것이었다. 쳉구르라고 읽었던듯.

몽골에서 제일 유명한 맥주라고 했다. 저거 말고 두 번째 맥주도 추천해줬는데 그건 좀 밍밍했어.

 

 

 

한창 카드게임 달무티에 빠져 있다가 화장실 다녀온 친구가 지금! 지금이야! 라고 해서 다같이 별 보러 우르르.

와. 처음으로 별이 쏟아진다는 말이 피부로 와닿았다.

밤하늘이 눈에 익자 은하수도 보였다. 저런 걸 육안으로 볼 수 있다는 것도 놀랍기만 했다.

친구 중 한 명이 별자리 어플을 켜서 이건 무슨 자리, 무슨 자리, 알려줬다. 

북두칠성 딱 하나 알고 살았는데. 그나마도 자주 보긴 힘들었고. 

온갖 쏟아지는 별들 속에서 가장 환한 별이 눈에 띄어 저건 무슨 별일까 했을 때 일행들은 인공위성 아니냐고 의심했는데 어플로 보니까 목성이더라. 

과학책에서나 보던 목성이 저렇게 밝은 별이었구나, 그런 것도 처음 알았다.

수없이 많은 별들 속에서 내가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

몽골의 드넓은 초원도, 하늘도, 그날의 별도 다 나를 작고 겸손하게 만들었다.

제대로된 사진은 친구가 찍을거구... 실험삼아 핸드폰 10초 노출 노삼각대로 찍어봤는데...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