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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여행

190215-17 일본 교토 (2)다도체험, 금각사, 닌나지, 이노다커피, 기온 시라카와, 야사카 신사

미리 예약해둔 조식으로 즐거운 아침.

 

전날 밤 가이세키 먹을 땐 어두워서 미처 몰랐는데 식당에 있는 통유리창으로 이런 작고 예쁜 정원이 보인다.

물론 나가서 볼 수도 있다.

 

 

 

 

조식도 굉장히 깔끔하게 잘 나온다.

 

저건 한천인가? 겹겹이 얇은 막 같은 게 쌓여 있는데, 꽤 자주 등장하는 것이었다.

두유 끓인 막이라고 어디서 설명을 본 것 같음.

 

 

둘째날의 하이라이트는 다도 및 기모노 체험이었다.

이번에 고른 곳은 유메야카타. 별 이유는 없고 그냥 기모노 렌탈이랑 다도체험 묶인 패키지가 있길래 냅다 예약함.

 

지난번에 빌렸던 쿄에츠와 비교를 해보면, 가장 큰 차이는

문양 들어간 목깃이 공짜(유메야카타) vs 머리 장식이 공짜(쿄에츠) 인 듯. 그냥 내 생각엔...ㅎ...

 

친구는 머리가 길어서인지 유메야카타가 머리를 더 잘 해준다고 평했으나,

나같은 경우에는 머리가 짧아서 머리를 해주는 것보다 악세서리로 살려주는 게 훨씬 티가 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에도 헤어비를 별도로 지불하고 머리를 받았으나 그냥 반묶음과 큰 차이를 못 느껴서 조금 허전했음.

기모노 종류도 쿄에츠가 더 다양했던 것 같고. 유메야카타 기모노들은 문양이 큼직큼직하고 선명한 느낌이 많았다.

그렇지만 유메야카타에서 만족하지 못한 것은 아님.

 

블로그에 들어가보면 마이코 출신이신 베니코 선생님이 다도를 가르쳐주신다고 되어 있다.

뭔가 엄숙하고 정적인 분이실 것 같은데 마치고 같이 사진 찍을 때나 이럴 때 보면 귀여우심.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한국 드라마를 보면 사람들이 마시는 차가 궁금해서 한국 와보고 싶으시다고 ㅋㅋㅋ

 

원래는 한국어 통역은 따로 비용이 드는데, 우리는 예약한 후 메일로 이번에만 무료 한국어 통역이 가능하다고 해서 얼른 신청했다.

한국 분이신가 했는데 보니 통역해주는 분은 중국 분이신 것 같았다. 3개국어 능력자...멋져...

 

사실 큰 기대를 하고 신청한 다도 클래스는 아닌데, 굉장히 좋은 시간이었다.

일단 다도에 대해 설명해주실 때 '이치고이치에'라는 개념에 대해 배웠는데 그게 엄청 와닿았음.

다도 과정 중에 차를 다 마시고 자신의 차완을 유심히 살펴보는 시간이 있다.

이 차완과 나도 '이치고이치에'이기 때문이라고.

앞 포스팅에서도 말했듯 요즘 삶의 낙 타령을 엄청 하고 있었는데, 매 순간순간을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다도 수업을 마치고 나니 차선도 선물로 주셨다. 한국 와서도 종종 혼자 여유를 갖고 말차 만들어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곳 유메야카타는 오래된 일본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곳. 가게 안에도 곳곳에 포토스팟이 있다.

마음껏 사진 찍으라고 베니코 쌤 및 직원분들이 웃으며 안내해주신다.

 

 

 

 

 

 

그리고 길을 나서서 니조성 앞에서 버스를 타고 금각사로.

니조성은 나중에 기모노 반납 하기 전에 가보자~ 했는데 네시에 문을 닫더라구여 ㅎ... 결국 못가봐서 굉장히 아쉬움.

 

금각사는 예전에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를 읽고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근데 막상 들어가보니 생각보다 우와~ 스럽진 않았다. 그냥 사진하고 똑같네... 다 금이네... 정도 느낌. (아참 뒷쪽은 금이 아님)

 

 

이쪽으로 온 김에 다른 곳도 가볼까! 해서 구글 맵에서 가장 가까운 관광지를 찾은 결과 닌나지로 가기로 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슝슝.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온 이곳이 오히려 정말 좋은 거다.

사람도 없어서 한적하고 고즈넉하고, 평화로웠다.

 

 

 

 

 

 

다시 머나먼 길을 돌아... 한숨 푹 자면서 가와라마치로. 다른 목적은 없고 이치란 라멘 먹으려고.

나는 원래 이치란 참 좋아하는데 친구는 이치란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해서 놀라웠다.

 

 

 

마침 근처에 교토 3대 커피집이라는 이노다커피가 있길래 걸어서 가봤다.

역시 아무 정보도 없이 간 곳이었는데 옛것의 향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어서 뜻밖에 정말 좋았다.

커피도 맛있고.(양은...)

 

 

 

마찬가지로 별 생각 없이 기모노 반납 전에 시간 좀 있으니 근처 가볼까~ 해서 찾은 기온 시라카와.

본래는 버스를 타고 갈 생각이었는데 버스 정류장을 못 찾는 바람에 홧김에 그냥 걸었다.. 기모노를 입고... 게다를 신고...

 

해가 지는 교토의 거리.

 

 

 

 

 

도착하니 이미 전등이 하나둘 켜지는 시간. 왠지 낭만적.

 

 

 

이까지 온 김에 야사카 신사까지 들른다. 이날 달이 예뻤다.

 

 

 

 

 

 

알차게 기모노 뽕 뽑고 반납.

이제 숙소로 가야 하는데 우리 눈 앞에서 숙소행 버스는 지나가고, 다음 버스는 30분 후.

게다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진 우리는 다시... 걷는다......

 

그리고 숙소로 가던 중 친구의 이메일로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날아오는데...

 

친구가 료칸 예약을 진행했고, 가이세키 1번에 조식 2번이 포함된 가격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료칸 측에서 그날 저녁 '너희 왜 안와? 밥 시간 지났는데?' 라고 메일이 날아온 것.

알고보니 가이세키 2번에 조식 2번이었고...

우리 체크인 하는 날 가이세키랑 조식 시간 미리 예약하면서 카운터에서 '같은 시간으로 다 예약해줄까?'라고 했었는데

우리는 그게 조식만 얘기하는 건줄 알았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전날 가이세키를 먹으며 간만에 행복감에 젖었던 만큼 이 소식은 내게는 청천벽력 같았으나...

같이 확인하지 않은 내 잘못도 있고 해서... 속이 쓰렸으나 친구에게는 아무 내색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속은 쓰려................................

 

어쨌든... 가이세키 대신 편의점에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먹거리를 사들고 들어왔다.

 

 

 

가이세키는 못 먹었지만 달다구리로 행복했던 둘째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