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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여행

190629-0706 몽골 홉스골 투어 (2)어기호수 - 볼강

DAY 3 : 어기호수 - 볼강 (부제 : 조난의 시작)

 

이날은 사실 정말 별거없고 이동만 하는 날이었다.

그래도 차 세우기만 하면 내려서 열심히 사진 찍는 열정이 남아 있는, 실투어 2일차.

 

아니 이런 하늘 이런 구름을 어떻게 안 찍고 싶겠냐고요

 

이날은 전날과는 달리 푸르공이 유독 심하게 덜컹거리는 느낌이었다.

물론 그 전날은 대부분이 포장도로이고 이날은 오프로드이기 때문이었겠지만, 돌이켜보면 그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저씨는 유독 자주 차를 세우고 앞 왼쪽 타이어를 쳐다보곤 하셨고,

우리는 그냥 그런갑다 하고 그때마다 신나게 사진을 찍어댔다.

 

이날따라 점심이 늦어졌다.

굉장히 한적한 마을에 들어섰는데, 사람이 많고 식당이 막 열어서 점심 준비에 시간이 꽤 걸린다고 가이드가 그랬다.

이 마을은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마을이라는데, 마을 이름이 '좋다'라는 뜻이라고 했다.

저기 잘 보면 그 올림픽 선수 동상 있어요... 근데 무슨 종목인지는 모르겠네...

 

공원에 가서 한참을 앉아있다가 식당으로. 그리고 식당에서도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밥이 나왔다.

의도치 않은 리얼 로컬푸드...

 

양고기, 감자, 당근을 넣고 볶은 밥과 면이 나왔는데 양이 엄청났다.

일행 중 한 명이 스리라차 소스를 첫날 마트에서 샀었는데 정말 꿀템이었다.

오른쪽이 몽골 전통 볶음면. 약간 수제비 같은 느낌이다.

 

늦은 점심을 먹고 다시 달리고 달렸다.

양떼를 지나고... 또 다른 양떼를 지나...

 

그런데 점점 차가 멈추는 간격이 잦아지고...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지더니...

급기야는 차가 완전히 멈추고, 가이드는 가까운 마을에 도움을 청하러 가고, 기사 아저씨는 낑낑대셨다.

일행이 무슨 일인지 슬쩍 보더니 타이어 지지대가 완전히 부러졌다고 했다.

 

가이드는 어떤 사태인지 설명해주지 않은 채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하고 사라졌고,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기사 아저씨와 우리만 남겨진 상황.

아직은 실투어 2일차, 에너지는 남아 열심히 사진을 찍고 놀고는 있었지만 우리의 앞날이 불안하지 않을 순 없었다...

우리끼리 농담삼아 가이드 혼자 웃는 얼굴로 튄 거 아니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불행 속에서도 웃음을 놓지 않는 해학의 민족 같으니...

 

기사 아저씨는 계속 차를 고치려 끙끙대고 계셨지만 답은 없는 것 같았고,

지나가는 차들을 히치하이킹 하셨는데 무얼 요청하셨는지는 보고 있어도 모르겠더라.

 

하안참 후에야 가이드가 쌩쌩한 차를 타고 등장했다.

천만다행히도 우리가 묵을 캠프가 근처여서 가이드가 그까지 걸어가서 사장님 차를 빌려타고 온 것.

일단은 그 차를 타고 캠프로 이동하는 것으로 했다.

5인승 차였는데 우리 일행 6명과 사장님까지 총 7명이 끼어 타야했다.

뒷좌석에 남자 한 명에 여자 네 명이 낑낑 끼어 탔음에도 즐겁게 웃으며 셀카를 찍은 긍정왕들...

 

캠프 도착해서 먹은 저녁식사. 이 캠프는 밥이 맛이 없었어...
이 캠프는 게르가 좀 많져. 그런데 화장실과 샤워실은 하나뿐!

이날은 들판 쪽에 다같이 에어베드를 펴고 누워 석양을 바라봤다.

에어베드를 더 자주 쓰고 싶었는데 못 쓴 게 천추의 한...

조금만 덜 추웠더라면 에어베드 딱 펴고 누워서 별들을 계속 봤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이날도 열심히 별 사진 촬영을 하긴 했는데 너무 추워서 오래 할 순 없었다.

화장실이 너무 멀고 가는 길이 심히 어두워 화장실 대신 대자연에서 볼일을 보게 하는 몽골매직...☆

 

 


Day 4 : 가긴 가네 홉스골

 

원래는 아침 8시에 출발을 했어야 하는 날이었는데, 차가 아직 고쳐지지 않았는지 가이드는 출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기사님이 새벽 5시에 차를 고치러 나가셨고, 부품이 오긴 하는데 아마 오늘은 새벽쯤에야 홉스골에 도착할 것 같다고.

 

그래도 가만 있긴 미안했는지 가이드는 우리에게 트래킹을 제안했다.

"오랑터거라는 화산이 있어요. 3km정도 거리예요."

 

그 말에 우리는 가벼운 트래킹을 생각하고 산책 복장으로 길을 나섰다.

가는 길엔 양과 염소떼가 참 많았다. 하지만 사진을 찍으려고 가까이 다가가면 모두 도망가버렸지...

해는 점점 중천으로 떠오르는데 가도가도 끝이 나지 않는 3km...!

중간에 지나가던 차가 태워주겠다고 제안해서 나랑 친구 둘이 냉큼 먼저 탔는데,

이 차가 가는 거리가 도무지 3km일 것 같지가 않은 것이다...

 

일단 우리는 오랑터거 아래 내렸다. 그 차를 운전한 가이드는 우리 나머지 일행을 태워오겠다며 돌아갔고.

그 차에는 혼자 온 프랑스 노부인도 타고 계셨는데, 그녀는 저 화산을 먼저 올라보겠다며 이따 정상에서 보자고 씩씩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분명 우리 가이드는 오르는 길이 있다고 했는데 우리가 있는 쪽에선 길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았고, 그녀는 쌩 자연의 산을 그대로 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경사도 높았는데...

 

아래 초원에 있다가 문득 그녀를 돌아보니 1/3쯤 간 것 같았는데 정말 위태하기 그지없어보였다.

오 리스펙... 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만약 내가 저렇게 올라가야 한다면 절대 안올라가야지... 라고 다짐하고 있는 찰나.

 

아까 그 차가 다시 돌아와 내 일행들을 내려주었는데, 그쪽 가이드가 당황한 얼굴로 그분 어디갔냐고 찾는 것.

산을 오르고 있다며 그녀의 모습을 가리켜 보였더니 가이드가 큰 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매릴! 이쪽으로 와요!

그럼 그렇지 거긴 길이 아니었던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가이드가 길이라고 데려간 그곳도 길이라고 보기엔 꽤나 험준했다.

우리나라 올레길 정도 트래킹을 생각하고 갔던 우리는 당황하기 시작.

길도 길이지만 경사가 상당히 가팔랐던 것이다. 

정상에 오르고서 들어보니 이 산은 해발고도가 1682m라고...ㅎ...

그런 것도 모르고 동네 산책인 줄 알고 치마 입고 왔는데 ㅎㅎ...

 

덤으로, 우리가 이 산까지 걸어왔던 길도 3km는 개뿔 6.5km에 달했다.

나중에 가이드에게 "이게 어떻게 3km에요? ㅡㅡ" 라고 했더니 사람 좋은 얼굴로 웃으면서 "믿었어요? ^_^ㅎㅎ" 했다는 후문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거리를 알려주면 우리가 안 따라올거라고 생각했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래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좋은 추억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광경을 보면서 이 트래킹(?)을 오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저 호수는 원래 지름이 훨씬 더 넓었는데 지구온난화로 작아지고 있다고.

 

 

여기도 깃발이 꽂힌 이런 곳이 있었다.

우리 숙소가 인터넷이 안 돼서 다들 갑자기 지인들과 연락을 못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희한하게 요 근처에서 아주 미미한 와이파이 신호가 잡히는 거다.

다들 이 주위에서 핸드폰을 하늘로 치켜들고 와이파이 신호를 잡으려 애쓰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웃펐다 ㅋㅋㅋㅋ

 

저 분은 저 말을 타고 이 급경사의 산을 오르락내리락하셨다. 와!

아무 것도 시야를 가리지 않는 드넓은 평원, 그림자를 드리우는 건 오직 구름뿐.

너무 멋졌다.

집에 가는 길엔 독수리를, 집 앞에선 토끼를 만나는 이곳은 몽골입니다

이날 점심은 드물게도 닭고기.

가이드피셜, 몽골에서는 소와 양은 싸지만 닭과 돼지는 비싸다고 했다.

그걸 듣고 이걸 먹으니 되게 고급식사를 대접받는 느낌.

 

예상치 못한 고강도의 운동으로 매우 기진맥진해 있는 상태였는데 맛난 거 먹어서 조금 힘이 났다.

 

밥을 먹곤 게르로 돌아가서 퍼져 있었다.

한참 자고 일어나니 가이드가 차를 다 고쳤다고, 짐 챙기는 대로 바로 출발하겠다고 했다.

힘든 신체 활동으로 아무 생각이 없게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음모론을 제기해보았다...

 

어쨌든 출발은 하게 되어서 다행이었다.

이동하니까 인터넷도 되고.

이 와중에도 구름과 석양은 예쁘고.

홉스골 캠프에 닿으려면 상당히 무리해서 움직여야 했다. 거의 500km를 쭉 달린듯.

도착한 시간이 새벽 두 시였다. 12시쯤 생각했는데 그것도 무리.

하늘에 별이 참 예뻤는데 그런 거 볼 새도 없이 그냥 밥 먹고 잤다.

 

이 와중에도 밥은 맛있었다. 이 캠프 밥이 맛있있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