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억/여행

180603-09 크로아티아 (1)자그레브

크로아티아에 일주일정도 다녀왔다.

다 다녀온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친구가 가자고 하길래 그래~ 하고 따라나선 것이었는데, 용케도 잘 다녀왔다 싶다.


루트는 자그레브 - 플리트비체 - 자다르 - 스플리트 - 두브로브니크로 잡았다.

숙소는 다 에어비앤비로 했는데, 생각보다 싸고 숙소 컨디션도 좋아서(두브로브니크는 좀...) 만족스러웠다.


첫 도시 자그레브 도착. 오랜 시간의 비행으로 찌들어있는 상태.

에어비앤비 체크인은 두 시인데 우리의 도착은 10시쯤이었다. 다행히도 호스트가 일찍 체크인해도 된다고 해주었다.

짐을 숙소에 두고, 청소 한 시간 정도 걸린다기에 일단은 나왔다. 돌로체 시장은 일찍 닫는다니 미리 봐놓기도 할겸.


숙소에서 걸어서 구시가지까지는 20분정도. 걸어서 가는길에 보이는 대성당 첨탑이 반가웠다.





대성당 앞에 있는 성모마리아와 네 천사(각각 순결 뭐 어쩌구 그런거 상징하는) 황금상

파란 하늘 아래서 황금빛이 더욱 반짝인다




대성당. 지금은 꼴이 말이 아니라 오래 구경할 컨디션이 아니었기에 일단은 사진만 찍는다.






그리고 여기가 돌로체시장. 오후 세 시까지만 영업을 한다고 했나. 과일, 채소, 기념품 등등이 빨간 파라솔 아래 즐비하다.






구닥 어플로 찍음.






친구는 크로아티아 꿀이 유명다며 이곳에서 꿀을 샀다. 

종류가 많지만 알 수가 없으니 뭐...

친절한 아주머니가 시식도 시켜준다. 라이트원이랑 헤비원 둘 다 먹어봤는데 친구는 라이트원을.

아무 병이나 대충 찍었더니 아주머니가 고개를 저으면서 벌집이 제일 크게 있는 병을 골라서 주었다.

첫 구매부터 느낀 크로아티아의 친절.





체리가 너무 싸서 컬쳐쇼크 받았다. 가격이 모두 1kg 단위인데, 체리는 1kg에 20쿠나인가 그랬다.

(나중에 스플리트에서는 1kg에 10쿠나까지 만났다.)

체리 좋아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사려니 500g에 9900원씩 해서 눈물을 머금고 장바구니에서 빼던 게 몇 번인데...

당장에 500g을 샀다.


그리고 옆에 있는 납작복숭아는 작년에 이 친구랑 프랑스 갔을 때 친구가 먹어보고 싶다고 했었던 과일.

그 때는 철이 안 맞았는지 만나지 못했는데 이번에 요행히 만났다. 이것도 산다.





돌아가는 길에 만난 꽃시장. 역시나 구닥으로.





파란 하늘과, 빨간 파라솔과, 각종 색채 선연한 꽃들의 조화라니.





여기가 반 옐라치치 광장이다. 저 아저씨가 반 옐라치치 아저씨인 것 같다. 업적은 잘...





숙소로 돌아가는 길, 전통의상을 입은 언니가 커다란 오르골을 돌리고 있다.

자그레브의 거리에 클래식 음악이 넘쳤다.



지나가다가 그냥 갬성 돋아서 찍음





숙소 와서 씻고나서야 비로소 좀 인간다워짐을 느꼈다.

아까 찌든 몰골로 시내 나갔을 때는 고개를 미처 들지를 못했는데 말이다.

에어컨 바람 아래서 아까 사온 과일도 씻어 먹는다.

납작복숭아는 당도가 엄청나다는 친구의 말에 기대했던 것에는 못미치지만 맛있었다.

체리도 말할 것 없이 맛있고. 세상에 이런 과일이 이런 가격이라니....





자그레브를 지나다니는 트램. 어느 도시에선서나 트램을 만나면 감성이 돋는다.

자그레브에는 얼룩말 무늬 트램도 있었는데 그것도 귀여웠다.



이제 머리에 떡도 안지고 얼굴 기름도 안끼고, 인간다운 몰골이 되었다는 자신감이 뿜뿜한다.

아까 못 가본 성당에 들어가본다.


음 희한하게 크로아티아 성당들은 바깥에서 보고 생각하는 규모에 비해 내부는 그닥 크지 않은 것 같다.




올라가는 길에 예쁜 악세서리점도 봤다.

귀에 대보기만 하고 사지는 않았는데, 저 크로아티아스러운 문양들이 되게 맘에 들었었다.

사실 예쁜 옷도 봤었는데.... 가난한 여행자는 울어요...






점심은 크로아티아 전통 음식이라는 슈트루클리를 먹으러 라 스트루크로.

크로아티아에서 먹을 거 찾아보는데 전통 음식보다는 거의가 이탈리안이라서 뭘 먹어야하나 고민하는 참에 딱 걸린 곳이었다.

음식은 거기에서만 먹을 수 있는 걸 먹는 게 좋아서.





들어갔는데 자리가 없어보여 실망하는 찰나 종업원이 바깥에 테라스 자리가 있다고 안내해주었다.

가게 안에 자리 없길 다행이다. 이렇게 날씨도 좋고, 테라스 자리 조경도 예쁜데 어두컴컴한 실내에 그냥 앉을 뻔했네.





구닥 사진이 이렇게 나올 때가 있는데 햇빛이 너무 세서 그런건가....






나는 애플시나몬을, 친구는 페퍼를 시켰다.

밑에 수제비같은(ㅎ..) 쫄깃쫄깃한 떡 같은 것이 깔려 있고 그 위에 치즈와 소스가 얹어져 나온다.

애플시나몬도 맛있긴 했는데 식사용으로는 조금 느끼한 맛이 있었다. 페퍼는 피자 느낌도 나고 맛있었음.

어쨌든 싹싹 다 긁어먹음 ㅎ




아이스커피를 시키면서 당연히 아메리카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라떼였다. 그리고 맛이 없었다.

이쪽에서는 아메리카노를 찾기가 힘들다는 게 이번 여행의 유일한 단점이었던 것 같다.

맥주는 세 가지 종류가 있었다. 라거, 블랙, 믹스드였는데 믹스드가 뭔진 모르지만 친구는 믹스드를 시켰고 맛있었다.





성마가성당 가는 길에 본 유명한 그 넥타이집. 아 그집이구나~ 하고 찍기만 함.




한적한 자그레브의 거리.

이상하게 우리가 간 날은 자그레브에 사람이 정말 없었다. 왜죠?















그리고 도착한 성 마가 교회. (사실 이름 지금 찾아보고 알았음. 레고 성당으로만 기억하고있어서...)

물론 이 앞에서 사진만 찍었다.





이 성당까지 보고 나니 이젠 뭘 보고 뭘 해야하나 잠시 방황에 빠졌다. 거리를 한없이 거닐었다.






나는 이런 쓸데없는 컷에서 갬성이 흘러나온다고 생각하는 사람 ㅎ





그냥 하염없이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붉은 지붕들이 나란한 뷰.

이래서 여행은 무계획으로 해야한다며 친구와 매우 기뻐했다.





배가 어느정도 꺼져서 디저트 먹으러 간다.

빈첵이라는 가게의 젤라또를 먹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이날 쉬는 날이었던 게 못내 아쉬웠다.




마드모아젤? 어쩌구는 베리맛이 잔뜩 나는 상큼한 케익이었고 루루는 딸기+말차였던 것 같다.

둘 다 상큼하고 많이 안 달고 맛있었다.


왼쪽에 스프라이트가 보이는데, 반옐라치치 광장에서 행사 중이라 무료로 한 병씩 받았다.

그냥 스프라이트랑 오이맛 스프라이트가 있었는데, 오이를 안 좋아하는 친구는 무슨 생각인지 오이맛 스프라이트를 받았다.

그리고 한 모금 마시고 그냥 버림. 나도 한 모금 맛만 보고 제발 버리라고 함 ㅎ...





카페 아멜리 테라스석 풍경.





또다시 반옐라치치 광장을 지나 일단 숙소 가서 한숨 자기로 한다. 시차적응이라는 핑계로.





그냥 숙소 지나가다 보이는 건물도 멋이쪙





한숨 자고 저녁시간에 다시 나왔다.

베이스먼트라는 와인바에서 와인 테이스팅을 해 보기로 했다.

여기 오기 전에 친구가 크로아티아 와인이 되게 맛있는데 수출은 안하니까 꼭 많이 먹어보자고 했었다.


테이스팅은 레드와인 or 화이트와인을 선택할 수 있다.

네 가지 와인에 간단한 빵과 올리브가 제공된다.

네 가지 와인 모두 다른 지방에서 난 다른 특색의 와인들이었다.

와인알못이라 슬프긴한데 그래도 맛있었다.





슬슬 해가 진다. 6월 초의 크로아티아는 해가 8시 30분쯤 졌다. 이때도 8시는 넘었을 거다.




전망 보러 올라가는 길. 거대한 야외 파티장같다.





저 멀리 보이는 자그레브 대성당.





반 옐라치치 광장도 불이 밝았다.





분수도 있다.


백발 성성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여행 다니시는 걸 심심찮게 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단 생각을 한다.





그래도 밤 되니까 각종 행사도 있고 낮보단 사람도 많아졌다.





성당 라이트업 된 거 한 번 더 보고.

요 앞에서 5명 가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딸 둘이 옆돌기를 굉장히 잘 했다.

전봇대 타고 올라가기도 잘 하고... 좋은 무술 새싹들이다...




이제는 전체가 황금빛으로 보이는 마리아상을 마지막으로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