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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여행

180603-09 크로아티아 (2)플리트비체

아침 8시쯤 버스를 타고 플리트비체로. 버스는 한국에서 다 미리 예약을 해두고 갔었다.


여유 있게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어디서 타는지를 몰라서 헤매다가 인포센터에 겨우 물어봐서 알아냈네.

그리고 사람들이 질서있게 줄 서있지 않고 막 서있어서 탈 때 혼란과 공포였다.

기사 아저씨가 짐을 실어주는데 조금 뒤에 짐 싣고 계산했더니 자리가 거의 없었다.


겨우 맨 뒷자리에 친구랑 둘이 같이 앉는데, 앞 아저씨가 의자를 너무 뒤로 젖히고 있어서 친구는 거의 끼일 지경이었다.

그때 옆에 먼저 앉아있던 청년이 고맙게도 아저씨에게 직접 말을 걸어서 의자를 앞으로 좀 해달라고 요청했다. 쾌-적.

그런데, 그런 청년에게 답례는커녕 나는 들고 있던 커피를 쏟아버렸네 ㅎ...

그럼에도 그 청년은 오히려 너는 괜찮냐며 안절부절하고 있는 내 가방과 자리에 묻은 커피를 닦아주었다.


진짜 미안해서 마음이 너무 불편하고 막 그런데 애써 모른척하고 좀 가고 있었음.

근데 갑자기 두 줄쯤 앞쪽에서 누군가 생수병을 들어서 친구에게 주고, 친구는 그걸 다시 나한테 주네.

ㅡㅡ? 하면서 무릎 위를 보니 내 무릎 위에 있던 생수병이 어느새 그까지 간 모양이었다.


진짜...ㅎ... 이날 띨띨한 짓은 혼자 다한듯.


어쨌든,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려서 플리트비체에 도착.

플리트비체에는 게이트 1과 2가 있다고 했다.

일단 1에서 내렸는데, 혹시 2에 간다고 하면 2에서 출발하려고 아저씨한테 물어봤다.

그러나 기사아저씨는 영어를 절대 하지 않고 그냥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일뿐.... 아마 여기가 1게이트라는 뜻인 것 같긴 한데....

그래서 걍 포기하고 1게이트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원래는 H코스를 가고 싶어서 2게이트에서 출발하려고 한 건데, C코스로 급선회.

짐은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열쇠를 받아 통나무집 같은 데 넣어두면 된다.


사실 아까 버스 탈 때 먹으려고 빵도 한 손에 들고 있었는데 옆자리 청년한테 커피 쏟고 미안하고 눈치 보이는 맘에 못 먹고 있었다.

시작하기 전에 그 빵 먹고, 어제 사둔 체리도 먹고 든든하게 출발하기로.




그리고 이건 플리트비체를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광경.

시작부터 이렇게 압도적이기 있기없기?





구글포토가 자동으로 파노라마로 만들어준 사진.




솔직히 플리트비체 포스팅은 말을 길게 할 필요가 있나 싶다.

(하지만 계속 말하겠지)





동굴도 있다. 근데 'AT YOUR OWN RISK'라고 돼있는 거 보고 왠지 쫄아서 못감...

나중에 보니까 온데만데 AT YOUR OWN RISK라고 돼있긴 하더라.




저 물 색깔 정말... 계속 보고 걸어가는데도 내내 놀라웠다. 저런 깨끗한 물에서 노니는 물고기들도 부럽고.

저 물에 손 한 번만 씻어보고 싶었는데 감히 손대지 못함.





폭포도 군데군데서 만날 수 있다.

서양인들은 폭포 되게 좋아하는 것 같다. 작은 폭포라도 보이면 사진을 꼭 찍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C코스에는 보트를 타는 게 포함돼있다.

첫번째 보트를 타고 바로 건너가는 보트를 이어서 타야하는데, 우린 그걸 몰라서 2게이트 시작하는 데까지 오르막 헥헥거며 왔다갔다했네.

표지판 계속 잘 해놨더니 왜 그때만 표지판을 안 해놓은거람!





커어다란 폭포도 만난다. 와.





사실 이쯤부턴 짱힘들었다. 여긴 이제 완전 산길.





하늘 비치는 거 보라지.








버스 타면서 이게 진짜 마지막이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경기도오산이었음ㅋ

스테이션 1->2였나 하여튼 원래 버스가 있는 구간에 버스가 없어서 걸어가야되는데 걸으면서 이 길이 맞나 싶기도 하고...

불안 속에 걸었더니 거리가 더 길게 느껴지는 매직도 좀 있었다.

다른 스테이션으로 가기 전에 너무 더워서 휴게실에서 물 사먹는데 병뚜껑이 되게 안 열리는 거.

옆자리에 있던 아저씨가 따줄까? 그러길래 넴 부탁해여~ 했다.

아저씨가 뚜껑 따다가 물이 좀 넘쳐서 팔에 흘렀다. 괜찮으세여? 했더니 시원해서 좋네 허허~ 했다. 정말 좋은 아저씨였어...

이때까진 좋은 사람만 만났지... 나중에 그렇게 인종차별 당할줄도 모르고...




거의 끝나가는 길. 플리트비체는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모습을 아주 잘 보여준다.





똑같은 사진을 구글포토가 자동 보정해준 사진. 구글포토는 진짜 똑똑해...





플리트비체 안녕!




플리트비체에서는 자다르로 가로 했고, 네 시 버스를 예약해뒀었는데 한시간 반 정도 시간이 남았다. 딱 적절했지.

앉아서 또 싸온 체리도 먹고 커피도 먹고 -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없어서 친구가 커피 주문하면서 얼음 따로 달라고 해서 제조했음.


여튼 행복했다. 자연은 대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