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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여행

171207-10 오사카/교토 (3)교토 기모노 대여, 은각사, 요지야, 난젠지 수로각

교토 가는 날.

아침 10시에 기모노 대여 예약을 해놨기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 채비를 하고 나갔는데도 늦을 각이었다.

10분 이상 늦을 것 같으면 전화로 알려달라고 예약할 때 받은 메일에 적혀 있었는데, 해외전화 왠지 무서워서 발만 동동 구르다가 결국 전화를 했다.

핸드폰 번호 불러달라는데 순간 +82부터 불러야하나... 하는 생각에 약간 멘붕이 와서 어버버하고 있다가 그쪽에서 메일도 괜찮다길래 아 메일로 보내면 되나부다! 하고 넹~ 하고 끊었는데 기차 타서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고 메일 주소 부르라는 것 같았다..

그 사이에 이미 교토행 기차를 탔었는데, 기차 안이 매우 조용해서 전화를 걸기가 좀 그랬다.

뭔가 그렇잖아, 일본인들 그 특유의 주위에 민폐 끼치지 않는... 그런 느낌 때문에 전화 다시 하지 않으려고 하다가

나는 매우 쫄보이므로 막 기모노 못 빌릴까봐 걱정돼서 다시 전화해서 아까 전화했었는데 늦는다구... 하니까 걍 알겠어여~ 하고 쿨하게 통화 끝났다.


기모노를 빌린 곳은 쿄에츠 기온본점이었다. 쿄에츠는 워낙 유명하고, 매장도 많은데 기온본점을 한 이유는 그냥 기요미즈데라 가까운 것 같아서... 폭풍단순 데헷☆

그리고 예약하면 1000엔 할인되길래 굳이 예약을 했다.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하고나면 메일이 한 통 온다. 아주 간단한 예약법이다.

기요미즈... 데라는 아니고 가와였나? 어쨌든 거기 내려서 10분쯤 걸어간다.

가는 길에 이미 교토 길목은 전통 일본스러운 맛이 넘쳐나기 시작한다.

우리가 갔던 날은 절인지 신사인지에서 무슨 행사를 하는지 동네 아저씨~할아버지들로 보이는 분들이 유니폼을 맞춰입고 교통정리를 하고 계셨다.


여튼, 종종걸음으로 기모노 대여점 도착.

먼저 소지품과 외투를 담을 커다란 비닐봉지를 주고, 가격대와 추가가격 붙는 행거들을 쭉 안내해준다.

문양 화려하고 이럴 수록 비싸지는 건 알았는데, 톨 사이즈도 1000엔인가 가격이 더 붙는다.

키가 170cm인 친구는 톨 사이즈를 해서 강제로 돈이 추가되었다고 한다.......

간략한 안내를 듣고 기모노를 고르기 시작한다.

우리 갔을 때는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직원이 두 명 있었는데, 고르는 데 전혀 간섭도 조언도 카와이이~ 도 안했다.

그냥 조용히 친구들과 서로 봐주면서 기모노를 고르고 나니 오비를 고를 차례.

그래도 이 때는 내가 고른 기모노를 보여줬더니 뭔가 프로 같은 재빠른 손놀림으로 어울릴만한 오비 몇 개를 꺼내서 보여주었다.

오비 선택하고 나면 2층으로 가서 옷을 입기 시작하면 된다.

나는 그래도 탈의실처럼 칸막이 나눠놔서 한 명씩 들어가서 입는 건 줄 알았는데 그런거 없고요... 넘나 오픈된 공용 탈의실인것...


먼저 양말 신기. 스타킹이나 타이즈 같은 건 벗으라고 했는데, 발목 없는 레깅스는 오케이였다. 

그리고 안에 입은 히트텍 같은 것도 벗으라고 했었는데, 민소매 런닝이나 그런 건 상관없는 듯했다.

그러고 나면 기모노 속에 입을 옷을 준다. 그냥 흰색 기본 옷이 있고, 500엔 추가하면 카라에 문양이 들어간 옷을 고를 수 있다.


그거 입고 나면 허리에 수건 같은 걸 짜매기 시작한다.

기모노 입을 때 허리가 워낙 조이는 옷이라 불편하니까 배를 내밀고 입으라는 팁을 블로그에서 많이 봤었는데, 나는 오비 짜맬 때부터 그렇게 배 내밀고 있으면 되는 줄 알았지....

이 수건 짜맬 떄부터 배를 내밀고 있어야 하는 줄은..........

수건으로 허리 사이즈 같은 거 재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여기서부터 허리 짜매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때 자동적으로 긴장을 하고 있어서 배 집어넣고 있다가 정말 이날 힘들었다... 휴.


뭐 어쨌든, 기본적인 거 하고 나면 그때그때 일손에 따라 기모노랑 머리 하는 순서는 좀 달라지는 것 같다.

나는 속옷정도까지만 입고 머리 먼저 한 다음에 기모노를 입었고, 친구들은 기모노까지 입고 머리를 했었다.


내가 중단발 정도라 보여주는 스타일 중 업스타일에서는 2번은 불가하고 1, 3번만 됐었다. 1번으로 부탁드렸다.

머리 해주는 이모가 간단한 한국말을 하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머리(앞머리 양옆으로 내는 애교머리) 아웃사이드? 인사이드?" "고데기 오케이?" 이런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이왕 할 거 일본스럽게 옆에 잔머리? 애교머리? 그거 내달라고 했다.

머리 다 한 다음에 봉고데기로 애교머리 슝슝 말아주시는데 진짜 일본일본했다


기모노 입고 오비 매는데, 오비 맬 때도 스타일이 두 개 있나보다. 

한 개는 그냥 매는 거고 한 개는 오비를 종이접기하듯 가장자리 약간 접어서 뒷면 보이게 하는 거.

내가 둘 중에 뭐가 난지 고민하다가 "나니가 이이데스까?" 하고 물었더니 이모가 당황하시며 이거는 슷키리하구... 하면서 막 설명을 해주시길래 죄송한 마음이 되었다. 뭔가 시비 건 것 같잖아... 죄송해여 제가 일어가 짧아서....

뭐 어쨌든 이가 슷키리하다고 한 두 번째 스타일로 해 달라고 했다.


헤어 악세사리는 가장 마지막에 고른다. 난 또 머리 다 했는데 악세사리 안 해주길래 빠뜨린줄 ㅋㅎ;

악세사리도 알아서 잘 골라주시는데, 내 경우에는 처음에 작은 꽃 하나만 골랐더니 작은 건 세 개까지 고를 수 있다며 이것저것 집어서 조합을 해 주셨다.


이렇게 옷을 다 입고 나면 다시 아래로 내려가서 가방을 고르고 맨 처음에 비니루 안에 넣은 것 중 필요한 소지품들을 그 가방으로 옮겨담으면 된다.


나갈 때 계산하는데, 1000엔 할인 받은 거에 지금 프로모션으로 친구 두 명이 같이 계산하면 500엔 할인 되는 거 있어서 그것까지 받았다.

기요미즈데라로 본격 출발하기 전에 직원이 사진 부탁한다고 해서 셋이 사진도 찍었다. 이것도 홍보용으로 어딘가 올라가겠지...


여튼 신나게 셀카를 찍으며 기요미즈데라로.




올라가는 길에는 상점들이 많은데 요로코롬 귀여운 것들도 있다.






기요미즈데라 앞.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아쉽게도 공사 중이기도 해서 우리는 들어가지는 않기로 했다. 대신 주변 돌면서 사진만 열심히 찍음.




내려오는 길에 식사를 했다. 그냥 보이는 곳 중 괜찮아보이는 곳 아무데나 들어간 건데 상당히 괜찮았다.

이게 텐동 정식이었나 그랬던 것 같다.





밥 먹고 향한 곳은 은각사.

100번 버스를 타고 가면 되는데, 내 실수로 그만 반대 방향으로 타버려서 교토역에 도착하고야 말았다.

분명히 구글 지도 놈이 교토역 방향 버스 타고 한 것 같은데 말이야...

어쨌든 종착역이라는 안내방송에 깜짝 놀라 내려서 반대 버스를 타려고, 이번에는 실수 안 하려고 버스 내리자마자 있는 안내원 같은 분한테 물어봤다. 은각사 가고 싶다고.

근데 그분이 갑자기 설문조사를 하자네. 보니까 시티버스 만족도랑 해외에서는 어떻게 운영되는지 그런 조사인 것 같았다.

우리 보고 대만 분이냐고 첨에 물어봐서 당황... 일본 중국은 들어봤어도 대만 분이냐는 얘기는 처음이었네여....


여튼 이번에는 확실히 은각사로 가는 100번 버스에 올라탔다.

사람이 많았지만 기요미즈데라에서 쭉 내리니까 괜찮아!


은각사 입장료는 500엔.

은각사는 진짜 일본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뭔가 정갈하고 소박한 느낌.

아직 금각사는 한번도 못가봤는데, 거긴 대조적으로 매우 화려하고 웅장할 것 같은 느낌이다.

다음에는 아예 교토에서만 1~2박 해보고싶다. 그땐 금각사도 아라시야마도 가 보게.








12월이고, 서울은 최저기온이 10도 이하로도 떨어지건만, 교토는 아직 가을가을했다.






사람들 가는 길을 따라가다보니 요런 오르막.

갑자기 순천에서 용산전망대 가던 길의 그... 예상하지 못했는데 등산코스가 튀어나오던 악몽이 떠올랐다.

심지어 오늘 우리는 기모노 차림이고요...

근데 다행히 그렇게 높지 않고, 전망은 괜찮아서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다행히도.


참, 기모노 차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기모노를 입으면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종종종종 걷게 된다.

그리고 생각보다 신이 그렇게 불편하진 않았다. 이날 꽤 많이 걸었는데도 별로 발이 아프거나 하진 않았다.

그 전날이랑 전전날 넘 많이 걸어서 적응이 된걸지도...^^







은각사 구경하고는 철학의 길을 쭉 따라 걸어간다.

기여운 개구리 가게를 만났다.



그리고 요지야로!

나는 분명히 구글 지도를 보고 따라갔는데 친구들이 여기가 맞냐고 할 정도로 작은 길을 따라가야 있다.

그떄는 왜 날 못 믿냐고 씅질냈지만 그래 난 이미 버스를 반대로 탄 전적이 있는 여자였지... 고멘..


어쨌든. 요지야는 정원을 정말정말 잘 꾸며놨다. 왜 그렇게 사람들이 꼭 가는지 알았네.

대기를 하긴 했는데 오래 하진 않았다. 대기 하는 동안에도 다다미방에 앉아있는 게 신기햇다.

같이 대기하던 팀이 가족이었는데, 그 팀의 어머님께서 우리에게 춥지 않느냐고 물어보셨다.

우리는 기모노에 숄도 외투도 추가하지 않은 상태였다. 정말 추워보였을듯.... 당사자인 우린 생각보다 안 추웠지만.


금방 자리가 나서 안내를 받았다. 이렇게 정원이 보이는 자리에 6~7개팀이 앉을 수 있게 좌탁이 놓여 있다.(이건 1인 1좌탁인듯)

그리고 자리 앞에 신을 넣을 수 있는 바구니가 있고. 신은 맨 처음 들어올 때 받은 비닐봉지 안에 넣은 채 들고 있으므로.





물론 나는 요지야 정식을 먹는다.

말차라떼+녹차아이스크림, 그리고 블로그에서 볼 때 궁금했는데 저건 팥앙금+밤을 직접 모나카 피 안에 넣어 먹는 형태이다.

사실 특출난 맛은 못 느꼈는데 일본식 정원을 보면서 다다미방에 앉아 먹는 그 일본스러움에 취함.


물론 나와서 이 정원에서 사진도 열심히 찍었다.

안쪽으로 요지야 물건들을 파는 가게가 있는데, 그쪽으로 향하는 정원도 또 크게 있어서 진짜 사진 찍기 좋고 감상하기도 좋음.






나와서 걷는 길에 그냥 느낌이 좋아서.






그다음은 난젠지로 향했다.

원래는 가는 길에 에이칸도가 있길래 거기도 가볼까 했었는데 입장료가 1000엔인가 해서 엥 이거 완전 무개념 아니냐;; 해서 안감.

단풍 보기엔 그렇게 좋은 곳이라고 하던데, 비록 지금 교토가 가을가을하다고는 하나 절정기도 아닐 것 같고.

요지야에서 버스 타도 거의 20분이고 걸어가도 20분 좀 더 걸리길래 그냥 걸어가는 걸 택했다.

관광객이 없어서 한적한 게 기분이 좋았다.


난젠지.

난젠지는 부분부분 입장료가 있다고 주워들었다. 물론 수로각은 입장료 없ㅋ엉ㅋ







여기가 바로 그 수로각. 사진 찍기 딱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요미즈데라 쪽에는 기모노 입은 관광객들이 많지만, 이쪽에는 거의 없다.

사실 은각사에서부터도 없었던듯.

은각사에는 무슨 가족 행사 같은 걸로 온 팀이 있었는지 레알 일본 전통 기모노 입은 가족들이 좀 보이긴 했었고.

이쪽엔 기모노 입은 사람 자체가 아예 없었다.

그래서 우릴 일본 아가씨들로 착각했는지 일본 가족이 사진 찍어달라고 일본말로 말을 걸기도...






관광객 인파를 벗어나 관광객 아닌척 하며 한가하게 노닌 오후 시간이었다.







기모노 반납은 6시, 우리가 기모노 대여점에 다시 도착한 시가니 5시 57분.

우리가 마지막으로 반납을 하는 팀인 모양이었다.

벗는 건 퀵하게! 매듭 몇 개만 풀어주시면 어차피 셀프로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렇게 시간에 딱 맞춘 대여를 끝내고 나오는 길에 퍼뜩 생각이 나서 교토 아라비카 커피(%!)로 갔는데 세상에.. 6시 마감이요.......?

이게 무슨 말이요 일본양반........................

이렇게 다시 한 번 꼭 가고 싶은 곳은 개폐점 시간을 잘 알아두자는 교훈을 얻었다.

아무래도 여기 가기 위해서라도 교토 한번 더와야할듯 ^^...


역으로 가는 길에 야사카 신사에 들렀다. 라이트업이 예쁘다는 정보는 미리 입수해뒀지 후훗!

다만 들어가는 길에 노점들은 하나 둘 철수 중이어서 좀 당황했다.

어차피 신사는 따로 폐장 시간이 없으니 저건 철수가 아니라 설치일 거야! 하고 우겼는데 레알 철수였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문화야... 밤에 장사를 바짝 해야지...



그래도 다행히 타코야끼 아저씨는 아직 철수 안해서 요번 일본 여행 첫 타코야끼를 사먹을 수 있었다.

이거 주문하려고 쭈삣쭈삣 서있는데 아저씨가 주문도 안 받길래 뭐지... 했는데 그냥 알아서 이렇게 만들어주심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자동주문 시스템이었구나...








다시 오사카로 돌아왔다.

오늘은 쇼핑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므로, 프랑프랑을 털기 위해 난바파크스로.

9시까지 영업이라 마음이 조금 급했다.


저 뒤에 무슨 빛의 산처럼 정말 조경을 잘해놨어...





가게들은 9시까지지만 푸드코트는 11시까지인가 한다. 6~7층에 푸드코트가 있는 모양이던데, 우리는 6층에서.

여기가 고베식 어쩌구였던 것 같은데...

메뉴+드링크바 세트가 가능하다. 드링크바는 말 그대로 드링크 맘대로 막 가져올 수 있는 것.

진저에일이 있어서 행복했다. 진저에일 우리나라에도 많이 좀...


요거는 퐁듀풍 함박스테이크인가 그랬던듯.




나오는 길에도 일본의 크리스마스 라이트업에 큰 감명을 받아 쇼핑몰을 여기저기 찍어댔다.





일본 가로수도 이렇게 해놓는거 넘 좋아.

우리나라도 예산 남으면 멀쩡한 아스팔트 도로 갈아엎는 대신 이런 라이트업이라도 하는 게 어떨까 헤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