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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여행

180603-09 크로아티아 (5)스플리트-2

구닥 갬성으로 스플리트 두번째 포스팅 시작






날씨가 좋다. 수스티판 공원으로 가보기로 한다.

원랜 일몰 보기 좋다고 해서 해질녘에 가보고 싶었지만 그때는 마르얀 언덕에 올라가기로 해서 여긴 낮에 감.


리바 거리를 지나





쪼기 오른쪽에 보이는 성당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마르얀 언덕이다 저녁에 갈 곳





가는 길, 뒤를 돌아보면 이렇게 그림같은 바다의 풍경이 펼쳐져 있다






전날 villa spiza에서 나오던 음악들이 한 가수의 목소리였는데 너무 좋아서 검색을 해보니 Frank Sinatra였다.

숙소에서도 주구장창 틀었고, 가는 길에도 주구장창 틀었다. 여행의 주제곡 느낌이랄까.


뭔가 여행의 시그니쳐가 되는 게 있으면 좋은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는 새 향수를 면세에서 사게 되면 그 여행에선 그 향수를 쓴다.

다녀와서 그 향수를 쓰게 되면 여행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물론 자주 쓰면 기억 희석될까봐 한번씩만 쓰긴 해...)

뉴욕 여행에서 썼던 베네피트의 라프위드미리리가 그렇고(근데 단종잼), 삿포로에서 썼던 질스튜어트의 크리스탈 블룸 스노우가 그렇다.

이번 여행에서는 프랭크 시나트라로 기억을 남길 수 있어서 좋다.

특히 Come Fly with Me가 기억에 많이 남아서 집에 와서 LP를 사려고 보니 없네 ㅎ... 그냥 프랭크 시나트라 컬렉션이라도 사야할까봐.





한 20분 걸어 도착했다.

자세히는 모르나 수도원과 관련이 있는 공원인 것 같던데, 그래서인지 매우 고요하고 사람도 없고 평화로웠다.

그늘에 앉아 피크닉을 즐기고 있는 일행들이 부러웠다.

물론 그 고요한 와중에도 EDM에 꽂혀서 노래 크게 틀고 있는 청년도 있었지만 ㅋ_ㅋ




갈매기친구 또 만났다. 

크로아티아에서 갈매기들을 자주 봐서인지 뭔가 친근해졌다. 늘 보던 비둘기보다 큰데도 순한 느낌.






돌아온다. 여기가 리퍼블릭 광장이었던 것 같다.

단체 관광객들이 많길래 뭐 있나 기웃기웃 했는데 뭐 없고 식당만 있는듯.





여기도 관광객 많아서 봤는데 가게밖에 없는 것 같아서 그냥 돌아나왔다.

다음날 걸어보니 쇼핑거리인 것 같다.





로마 황제의 휴양용 궁전에 있는 스핑크스라.





고양이. 여기랑 두브로브니크에서 많은 고양이들을 만났다. 사랑 받는 것 같아서 다행.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다가 가장 가까운 보츠비체 해변으로 해수욕을 하러 가기로 한다.

아드리아해를 보기만 하고 몸 한 번 못 담궈보고 갈 순 없잖아.


가는 길에 드디어 이번 여행, 그리고 내 생 통틀어서의 첫 대놓고 인종차별을 만나게 된다.


친구랑 둘이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고, 맞은 편에서는 중학생쯤 되어보이는 남자애 둘이 걸어오고 있었다.

엇갈려 지나가려고 한쪽으로 비키는데 얘네가 둘이 갈라져서 굳이 우리를 가운데 두고 양 쪽에서 한 명씩 걸어오는 게 아닌가.

그런가보다 하고 가는데 가까워져 막 엇갈리려는 찰나, 갑자기 동시에 팔을 우리쪽으로 뻗으며 워! 하고 놀래킨다.

별로 놀래진 않았는데 기분이 매우 나빠진 친구가 고개를 돌려가며 노려보자 약올리는 시늉을 해댔다.

어린노무 새끼들.... 못배워먹어가지고...


가는 길에 이런 신기한 꽃도 봤다. 하와이같아...




드디어 도착한 보츠비체 해변. 여기는 모래사장이고, 물이 얕아 가족 단위로 오기도 좋다고 한다.

구글 평 같은 걸 볼 때 물이 더럽다고 해서 올까말까 엄청 걱정을 했었는데 나한테는 깨끗하게 느껴졌다.

신기한 게, 이런 해수욕장에서 조그만 물고기들도 잔뜩 헤엄을 치고 있었다.


친구는 물이 좀 무서워서 일광욕을 하겠다고 했고, 나 혼자 들어가서 해수욕을 했다.

그리고 첫 번째 인종차별을 당한 지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두 번째를 당하게 되는데...


물로 들어가고 있는데 주변에서 뭔가 끽끽거리는 듯한 이상한 소리가 난다.

이상해서 쳐다봤더니 대머리에 덩치 큰 남자 하나가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원숭이 끽끽 소리 혹은 중국인들의 높은 어조를 따라하는 것 같은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는 것 아닌가. 악의 어린 미소까지 띠어가며.

너무 기분이 나빠서 그냥 가던 길 가는데 소리는 한동안 끊이지 않았다.

솔직히 무서웠다. 물 속이고 그 사람이 덩치 큰 남자라는 점에서 따라와서 해코지 하진 않을까, 물에 머리 쳐박히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지만 처음으로 인종차별의 충격을 겪은 것이었다.

아까 당한 첫 인종차별은 그래도 해코지 할 것 같다는 공포는 없었거든.


잔뜩 주눅 들었지만 어쨌든 혼자 놀고 있었는데, 어떤 커플이 대화를 나누면서 내 앞을 지나간다.

어디 언어인지 모를 말로 여자가 떠드는데 뭔가 저게 나를 향한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 근처 오자 남자가 스탑, 스탑, 그러긴 했는데 여자는 자꾸 뭔가 말하고, 나랑 눈이 마주쳤다.

저거 내 욕인가 싶어서 빤히 쳐다보는데 남자랑도 눈이 마주쳤다. 내 욕 맞구나 싶었다.


사실 이건 인종차별이라는 확신은 없는데 그냥 정황이 그랬다.

피해망상이래도 할 말은 없지만, 어쨌든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하는 일들을 직전에 겪은 것도 사실이다.


이 이후에는 그냥 친구랑 농담삼아, 혹은 자조적으로, 

 "이거 인종차별 아니야? 지금 나 동양인이라고 무시하는거야?!" 하는 말을 아무 데나 붙이곤 했다. 실제로 조금 예민해지기도 했고.

이전에는 인종차별을 겪어본 적이 없어서 그게 너무 멀게만 느껴졌고 적어도 나는 그런 덜떨어진 인간들을 만날 거란 생각을 안 했었는데.


한번은 지나가다가 어떤 남자가 우리를 보면서 야유하는 듯한 어조로 "아이쉬~" 라고 말하기도 했고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뉘앙스로 보아 욕이나 비하가 분명해 보였다)


두브로브니크 가는 길에는 버스가 정차한 일이 있는데, 옆에 대어져 있던 버스 안에 있던 학생들이 우릴 원숭이 보듯 하다가

- 그래 이까진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우리 어릴 때도 서양인 영어 강사 있으면 얼마나 신기해했나. 어떻게든 말 걸려고 하고 -

관심을 끌고 싶은지 놀리고 싶은지 이것저것 하는데, 그 와중에 한 여자애가 활짝 웃으면서 눈 찢는 제스쳐를 했었다.


솔직히 그때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저런 어린아이까지 아무렇지 않게 할 정도로 인종차별이 만연하구나 싶었다.


이런 일들이 있기 전까지는 크로아티아 사람들이 무뚝뚝해보여도 친절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저런 인간들이 한둘이 아니니 인상이 좀 안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아름다운 해변을 앞에 두고 인종차별의 울분을 토해버렸네 ㅎ..





햇볕이 정말 뜨거워서 두 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좀 탄 것 같았다.

숙소로 돌아가서 좀 쉬기로 한다.


형형색색 빨래가 예뻐서 찍음.

여행을 가면 정말 일상적이고 별 것 아닌 것 같은 순간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때가 오는 것 같다.

그 일상을 매일 살아내는 사람들은 '뭐야 저런걸 왜 찍어;' 할 수도 있겠지...


크로아티아로 떠나는 날 친구 집에 들렀다가 같이 어서와한국은처음이지 스페인편을 봤었는데,

그때 스페인 친구들이 강남대로 휘황번쩍 너무 멋있다고 대낮에도 밤에도 사진 찍는 걸 보면서 이해를 전혀 못했었거든.

내가 그러고 있었다.


그리고 친구는 스페인 친구들이 여행 중에도 시에스타를 즐기는 걸 보면서 "여행하면서 저렇게 낮잠도 자는 애들은 쟤들밖에 없을 거야" 그랬는데 우리 이번 크로아티아 여행이 꼭 그랬다.

잔뜩 걷고, 숙소 들어와서 잠시 단잠을 자고, 또 즐기고.






숙소 와서 체리도 먹고 좀 자다가 일몰때쯤 맞추어 마르얀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에 많은 고양이 친구들을 만났다.






그리고 마르얀 언덕. 카페가 있는 전망대. 

아니 근데 손가락 뭐냐...






여기서 더 올라가면 2전망대가 있다는 글을 얼핏 본 것 같아서 더 올라가보기로 한다.

근데 결론은 별 거 없었음. 우리가 시간 모자라서 다 안 올라가고 중간에 내려온건가...




여긴 고양이 가족들이 살고 있었다.

관광객 커플이 근처 벤치에 앉아 뭘 먹고 있었는데, 거기서 애타게 먹을 걸 기다리고 있는 가족.



올라갔다가 별 거 없어서 다시 내려옴





나무에 가려 아쉽지만 이렇게 붉은 지붕들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날은 구름이 껴서, 그리고 우리가 보는 쪽으로 해가 지진 않는 것인지 상상했던 지붕 위로 내려앉는 오렌지색 햇살을 볼 순 없었다.

내려가는 길, 골목 사이로도 지붕들이 참 예쁘다.





완전히 어두워지길 기다리며 밥 먹기로.

근데 이 날은 가려던 식당마다 퇴짜를 맞았다. 예약이 필수인가보다.........ㅠ

결국 가려던 데 바로 맞은편 식당이 사람 없길래 그냥 들어가서 시킴.

처음으로 생선 요리도 먹고. (물고기는 SEA BASS였다) 또 먹물파스타 먹고. 친구가 감자튀김 먹고싶다고 해서 뜬금없이 감자튀김도 먹음.





스플리트의 일렁거리는 물결, 불빛





리바거리





밤에 다시 찾은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은 낮과는 분위기도 모습도 다르다.




카페에서는 가수가 노래를 하고 있었다. 야외콘서트장같은 느낌.




금문도 다시 보고.





고양이친구도 보고.




그레고리우스 아저씨도 다시 만남.

저 아래 있는 친구들은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뭔가 본인들 우정에 대한 소원도 빌었을 것 같다.





다음날. 떠나는 날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숙소에서 짐을 맡아줄 수 없다고 해서 기차역에 있는 코인로커에 맡기고 오는 길이었다.

가기 전에 여행사 같은 데가 보이길래 거기 맡길까 했는데 50쿠나나 달라고 해서 그냥 더 걷는 길을 택했다.

기차역 코인로커에는 15쿠나면 맡길 수 있었고, 우리 짐 두 개가 한번에 다 들어가서 개이득이었음.





아침식사. 여기 유명한 데였는데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

하여튼, 클럽샌드위치를 시켰다. 내 음료는 장미 레모네이드였는데 처음엔 적응 안됐지만 향긋했다. 무엇보다 특이하니까.





밥 먹고는 디오클레티아누스 지하궁전 탐방을 한다. 전날에는 정보가 없어서 못볼뻔했네 휴

어제 지하에서 귀걸이를 샀었는데, 그 옆에 문이 있었다.

쇼핑하느라 정신 없어서 유명 관광지도 못 보고 지나칠뻔했잖아?!?!





가이드 투어가 많았다. 우리도 가이드를 들을 수 있다면 좋았을걸.

그랬다면 이 궁전의 경이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 옛날 유적이 이렇게 보존이 잘 되어있는 것도 신기하고.

안내문 읽어보니 지상궁전 토대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하에 똑같이 만든 거라고 하던데,

지상의 본궁전은 정작 파괴되고 지하 궁전이 아직까지 이렇게 잘 남아있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저 창문 틈새의 빨간 조명은 술을 파는 상점. 수천 년전의 궁전과 현재의 술이라니 ㅋㅋㅋ





디오클레티아누스 아저씨.

정보를 알고 싶어서 찾아보니 퇴임(?) 후 이 궁전에서 '양배추를 키우며 행복하게 살았다' 라고 적혀있었닼ㅋㅋㅋ

소박한 아저씰세...





어제 광장쪽에서 본 스핑크스는 얘를 토대로 다시 만든 애였나보다.





궁전 구경 잘 하고, 유명한 루카 아이스크림으로 가서 다크초콜릿젤라또를 먹었다.

(가는 길에 아이쉬~ 인종차별 당함 ㅎ)

먹어보고 싶은 맛이 많아서 2스쿱을 먹으려고 했는데, 다크초콜릿젤라또는 프리미엄으로 1스쿱에 12쿠나짜라 2스쿱 먹어도 할인이 안된댄다.

그냥 다크초콜릿 한 스쿱만 먹었다.




시계탑 또 보네 안녕





그리고 버스 시간까지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이 공원에서 여유를 즐겼다.

크로아티아에서는 커다란 개들을 많이 키우나보다. 본 개의 80%는 커다란 애들이었다.

이 공원에서도 큰 개 한 마리가 주인을 따라와 공을 물어오러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었다.





밥 주시는 아주머니. 

고양이들 안녕

스플리트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