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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여행

171207-10 오사카/교토 (1)오사카성, 아베노하루카스300

오사카는 세 번째 방문이다.

내 첫 해외 여행지가 오사카였고, 그 후 동생을 데리고 한 번 더 간 적이 있었다.

이번에 가게 된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유니버셜에 가서 해리포터 체험을 하는 것.

해리포터 존이 완공되기 전에만 유니버셜을 갔었기 때문에 아직도 해리포터 존을 못 가 본 것이다. (ㅂㄷㅂㄷㅂㄷㅂㄷ)


인천공항에 여유있게 도착해서 지하에서 버거킹 먹고 포켓와이파이를 찾아서 피치항공 체크인을 했다.

피치항공 체크인은 탑승 2시간 반 전부터인 것 같다.

다행히 이번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체크인하고 출국심사까지 후루룩 넘어갔다.

여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저것 하다보니 금세 탑승시간 가까워진 건 함정..

신라면세점 선불카드가 생겨서 로라메르시에 사려고 보는데 찾질 못해서 슬펐다.

로라메르시에 미네랄피니싱파우더는 왜 면세에서 계속 품절크리인 것일까...


그리고 탑승 전에 내가 충전기를 안 가져왔다는 걸 깨달아서 급하게 근처에 있는 경인문고에서 충전기와 usb-c 케이블을 샀다.

얼마예요? 하는데 가격이... 삼만이천원이요........?

너무 충격을 먹었지만... 친구가 자기꺼 쓰라고 했지만 그래도 그럴 수가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샀음. 

이것이 바로 멍청비용이라는 것이구나...^^


그래도 인터넷 면세에서 주문했던 샤오미 삼각대를 뜯어보면서는 기분이 좋아졌다.

삼각대가 키가 크지는 않고 완전 튼튼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쓸만은 할듯.

지난번 순천에 가서 삼각대가 없어서 가방에 받치고 난리난리를 쳤던 기억에 바로 샀던 것이었는데 괜찮은듯.


그리고 비행기를 탄다. 비행기는 공항 사정 때문이라고 탑승 지연이 좀 되긴 했지만 오래 된 것도 아니고 예상 안 한 것도 아니어서 나쁘진 않았다.

다만 피치항공의 좌석 간격은 매우 좁다.

내렸을 때 우리 근처에 키가 2m는 족히 돼보이는 외국인도 있었는데 그는 과연 어떻게 왔을지 괜히 내가 다 걱정이 되었다...


*


간사이 공항에 도착해서 먼저 입국심사를 하고 세관을 통과한다.

일본은 요즘 금 밀수에 비상이 걸렸나보다. 세관에서 깐깐히 보는 모양이었다. 한국어로 안내문도 붙여놓고.

나한테도 금 있냐고 바디랭귀지로 묻길래 ㄴㄴ 하고 나왔다.

그런데 친구가 한참을 기다려도 안 나온다. 나오는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사무실에 끌려갔었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금 많게 생겼나봐 힘내... 하고 나섰다.

그러고 보면 왠지 세관에서 아무 의심도 안하고 보내주면 조금 슬프다. 내가 그렇게 돈이 없어보이나 하는 생각에 ^^...


여튼 나와서 바로 주유패스 어쩌구가 붙어있길래 가서 물어봤더니 확장판은 거기가 아니란다. 난카이 역에 가야 한다고.

해서 셔틀버스를 타고 1터미널로 가서 난카이역을 찾아간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줄 엄청 서 있는 광경들을 봤기에 겁을 먹었었는데 다행히도 사람이 없었다.


카운터에 서서 "슈유파스..." 하자마자 직원분이 유창한 한국말로 대답하셨다. "주유패스 난카이 확장판이요?"

덕분에 편안하게 구매 했고요... 직원분이 한국 분은 아닌 것 같으셨는데 한국말 실력이 굉장히 좋으셔서 놀라왔다.


바로 라피트 타러 갔는데 눈앞에서 떠나는 라피트... 아아 그는 갔습니다....

그래서 옆에 있던 급행인지 특급인지 열차를 탔음.


일본 지하철 역들에는 N-9 이런 식으로 숫자가 붙어 있어서 참 편리하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가 "남바에서부터 9번째라서 N-9인가?" 하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나중에 보니 지하철 선 앞머리를 따는 것 같았다. 미도스지선은 M 이런 식으루.


난카이 공항에서 남바까지 4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내려서 지하 연결되는 통로를 타고 우리 숙소인 호텔 선루트 남바와 가까운 닛폰바시 쪽까지 가려고 했는데..

그만 길을 잃어서...^^ 포기하고 나와서 건물들을 보면서 찾아갔다.


호텔 선루트 남바의 체크인 시각은 세 시부터.

우리는 좀 일찍 도착했기 때문에 일단은 짐만 맡겨놨다.

뭔가 수속 같은 걸 하고 큐알코드를 주길래 엄청 첨단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저녁에 와서 진짜 체크인 할 때 큐알코드를 줬음에도 그냥 첨부터 수속함.. 큐알코드는 왜 준거지 ㅎ....


호텔 로비에는 인터넷에서나 보던 로봇인 페퍼가 있었다.

딱히 안내 같은 걸 하는 건 아닌 것 같았고 역사 퀴즈 같은걸 내면서 손님과 놀아주는 역할인 것 같았다.

신기하게도 내 눈이 있는 쪽을 딱 바라보면서 얘기를 했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폰 배터리가 없어서 나중에 찍기로 하고 나갔는데 그 이후로 페퍼를 마주치지 못했다...

그는 칼퇴하는 로봇이었던 것일까....


*


가장 먼저 일본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친구들이 뭉치면뜬다를 보고 점찍어놓은, 이연복 쉐프의 단골이라는 '키분야'로 갔다.

호텔 선루트 남바에서 정말 가깝다. 걸어서 5분? 10분?


바 자리에 주르륵 앉아서 라멘을 주문했다.

라멘은 담백한 맛, 보통 맛, 진한 맛 세 가지 종류만 있고, 기타 공깃밥이나 교자 같은 메뉴가 있었다.

친구들은 보통맛, 나는 진한맛으로 주문했다. 아래 첫 사진이 보통맛, 두 번째 사진이 진한 맛.

이렇게 보니 비주얼부터 달랐구나... 진한 맛은 고기 육수의 맛이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원래도 진~한 맛을 좋아하는 내 입맛에 딱이었고, 친구 한 명도 진한 맛을 시킬걸... 하는 탄식을 했지만, 보통 맛도 깔끔한 맛이 좋았다.


가게 안에는 일본일본한 노래들이 나오고 있어서 왠지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바로 오사카 성으로.

구글이 가르쳐주는대로 갔는데, 오사카 비즈니스 파크? 그런 데서 내려서 걸어가면 된다.

물론 앞에 많은 관광객들이 가고 있으므로 그들을 따라 가면 아주 쉽다.


가는 길에 부엉이인지 올빼미인지가 횃대 위에 앉아 있어서 와~ 하고 지나가는데

거기 한눈 팔렸다가 돌아봤더니 바로 앞에서 어떤 아저씨가 어깨 위에 매 한 마리를 얹고 지나가고 있었다.

친구가 매의 날개에 거의 닿을 뻔해서 화들짝 놀라자 아저씨 넘나 온화하게 "고멘~" 하고 지나감 ㅋㅋㅋㅋㅋㅋㅋㅋ


마침내 도착한 오사카 성. 이날 날씨가 좋아서 더 그림같고 예뻤다.

노을빛에 비춰진 오사카 성도 예뻤고.






천수각에 올라가서 본 모습. 밑에 보이는 용? 봉황? 저 황금 장식이 인상깊다.

사실 천수각은 주유패스에 포함돼있어서 올라가긴 했는데 굳이 돈 주고 가라고 하면 안 갈 곳임.

오사카성 안에도 뭔가 전시가 많이 돼있긴 한데 거의 일본 역사 관련된 거라 알지도 못하고, 한국어 잘 안 돼 있던 걸로 기억하고 있어서 굳이 돌아보지 않고 천수각만 찍고 내려옴.





서울은 한겨울인데 오사카는 아직도 가을 한가운데였다. 단풍이 새빨간 곳도 많았다.






그리고 아베노 하루카스300으로. 이름이 왜 저런가 했더니 아베노가 지역 이름이었다 ㅎ...

내리자마자 큐몰이라고 커다란 쇼핑몰 보여서 잠시 눈 돌아갈뻔.


아베노 하루카스300은 뭔 백화점이랑 붙어 있다.

들어가서 안내문 보니 16층이라고 적혀 있길래 아~ 하고 엘베 타는데 14층까지밖에 없다.

저기서 걸어가나 ㅡㅡ? 하면서 14층 눌렀더니 안내원 언니가 호텔 가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했더니 아베노 하루카스300은 2층에서 외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라고.


엘리베이터 한참 기다렸었는데 한 층만에 내려서 외부 엘리베이터를 타고 16층으로 올라갔다.


먼저 티켓을 사야 하는데, 바로 앞에 보이는 건 미술관 티켓이어서 전망대라고 한글로 친절하게 적힌 바닥의 화살표시를 따라 카운터로.

주유패스가 있으면 할인이 되는데, 패스를 보여주면 되는 게 아니라 패스에 딸려 있는 쿠폰을 줘야 한다.

나랑 친구 한 명은 그 쿠폰 딸린 종이를 호텔에 다 두고 왔는데, 다행히도 다른 친구가 쿠폰을 줘서 10%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휴.


이제 엘리베이터를 타고 60층까지 올라간다.

빌딩 외부를 보면서 올라가는데, 조명을 잘 해놔서 중간에는 마치 별이 쏟아지는 느낌도 들었다.







60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마자 감탄.

층 전체가 통유리로 돼 있어서 문이 열리자마자 오사카의 야경이 눈앞에 촤르륵 펼쳐진다.

시야가 막히는 곳도 없고, 이 층의 어딜 가나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친구들이 오사카 하늘정원 가고 싶다고 했었는데, 여기 가자고 강력히 주장했던 나를 자체 쓰다듬했다.

(사실 내가 하늘정원은 가보고 여긴 못와봐서이기도 했지만)

하늘정원은 주유패스로 무료라는 메리트가 있지만, 야경에 있어서는 하루카스랑 비교가 안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하루카스가 좋았던 것은 볼 거리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보통 야경 보러 가면 야경 외에는 기념품샵이나 망원경 정도?

그런데 하루카스는 저 야경을 배경으로 한 영상을 보여준다거나(5번째 사진. 진짜 하늘 위로 불꽃이 터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대형 테트리스(ㅋㅋㅋ)를 할 수 있게 한다거나, 발 밑에 구름이 깔려 있다가 움직이면 흩어지는 영상을 비춰준다든가 해서

쉬이 그 장소에 대한 싫증이 나지 않게 잘 만들어놨다. 감탄감탄.






야경을 충분히 감상하고는 주린 배를 부여잡고 다시 남바 역으로.

남바 역 근처에 모토무라 규카츠가 있다. 여기도 내가 강력 추천해서 감.

안타깝게도 줄을 서 있긴 했지만, 줄이 그렇게 길진 않았다.

보니까 바로 근처에 또 다른 모토무라 규카츠가 있었는데, 거기는 줄이 조금 더 길었음.

어쨌든 두 지점이 붙어 있어서 손님이 분산된 덕분인지 우리는 30분 정도만 기다린 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나올 때 보니 줄이 꽤 길어져 있었지만... 우린 여행 다닐 때 타이밍이 참 좋은 것 같아 헤헿


규카츠+토로로(참마?)가 붙어 있는 것으로 시켰다.

저렇게 나온 규카츠를 개개인마다 주는 돌 같은 것에 조금씩 구워서 먹으면 된다. 기호대로 먹을 수 있는 게 참 좋은 점.

평소에는 마를 먹을 일이 없는데, 규카츠랑 마는 참 궁합이 좋은 것 같다. 그 고소함!


주문할 때 규카츠 한 장 더 주는 더블규카츠를 주문할까 심각하게 고민했었는데 친구가 뜯어말렸다. 우리 오늘 오꼬노미야끼도 먹어야 한다고.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그냥 규카츠를 시켰는데, 다 먹고 나니 친구가 후회하는 게 보였다. 더블규카츠를 시킬걸... 하고. ㅋㅋㅋㅋㅋㅋㅋ

나의 두 번째 강력추천도 잘 먹혀서 기분이 좋았다 ^___________^


근데 진짜, 나는 줄 서서 뭘 먹는 것도 싫어할뿐더러 맛집이라는 곳이 그렇게 특별하게 맛있다는 생각도 잘 들지는 않는 사람인데,

모토무라 규카츠는 진짜 줄서서 먹을 가치가 있다. 도쿄에서는 거의 두 시간 서서 먹었는데 아깝지 않았다니까.








배불리 먹고는 도톤보리 크루즈를 타러 갔다.

가는 길이 온통 선술집 천국들이라 방금 밥을 먹었음에도 유혹적인 냄새를 킁킁 맡으며 갔다.


도톤보리 크루즈 표 사는 곳 바로 옆에는 무슨 타코야끼 집이 있는데 거기도 엄청 인기가 많은 모양이었다. 

지나갈 때마다 줄이 줄이 그냥...


어쨌든, 크루즈 타러 갔는데 다른 시간대는 표가 전부 매진이었고 딱 40분 후의 한 시간대만 남아 있었다.

천만다행. 그 시간으로 표를 사고 잠시 바로 옆에 있는 돈키호테를 구경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


크루즈 앞에서는 한 아주머니께서 열심히 안내를 해주신다. 

물론 거의 일본어로 하고 한번씩 단어 같은 건 한국어나 영어를 섞어서 하기에 거의 못알아들음...

거의 다리 설명임. 이 다리는 일본 전통 종이인 와시를 넣었고~ 이 다리의 이름의 유래는~ 뭐 이런 식이다.


한번은 아주 낮은 다리를 지나가야 했는데, 다리가 참 낮아서 머리를 부딪힐 위험이 있는 곳이었다.


아주머니 : 원~ 투~ 쓰리~ 수구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인들 다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주머니 넘 에너지 넘치고 러블리하셨다...


다와가면 오사카 박수라고 뭘 시키시는데 열심히 따라했다 ㅋㅋㅋ



도톤보리 구경도 원없이 하고 이제 돈키호테를 털러.

진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엄두가 전혀 안났지만, 아까 다른 드럭스토어들을 가본 결과 확실히 돈키호테가 싸고 종류가 많다고 생각했기에 오늘 여유가 난 김에 털어버리자고 다짐하고 간 것.


나는 고양이 간식이랑 이것저것 담다 보니 가뿐히 8000엔을 넘겼고, 적게 담았다고 생각한 친구도 웬일인지 5000엔이 딱 넘어버려서 함께 면세 카운터에 섰다.

그런데 웬걸, 이제 면세 기준이 5400엔이라네. 친구는 허망히 라인에서 빠지고 나만 면세를 받았다.

여긴 굉장히 체계적이라 접수, 면세 포장, 환급, 물품 받는 곳이 분업으로 돌아가고 있다. 와우!




쇼핑이 끝나고 원래는 오코노미야키를 먹으며 첫날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생각보다 많이 걷고 힘들어서 일단 숙소로 가기로 했다. 

조촐하게 편의점에서 먹을 걸 사서 숙소로 가서 미니파티를 하며 첫날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