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억

죽은 시인의 사회 영화를 좋아하지만, 지나간 영화들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영화를 한 번 틀면 중간에 끊거나 하지 않고 쭉 봐야만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집에서는 영화를 잘 보지 않는 탓이기도 하다. 빔프로젝터를 사면서 많이 나아졌지만.어쨌든 오늘은 벼르고 벼르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드디어 인생 처음으로 보았다.그리고 이제서야 이런 가르침을 받게 된 자신이 너무 안타까웠다. 영화 속 키팅 선생의 가르침 '카르페 디엠'은 이제 너무나도 유명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에서 키팅 선생이 '전통적'인 교육법이 아닌 자신만의 교육법으로 아이들을 하나하나 깨우면서 말해주는 '카르페 디엠'은 그 울림이 너무나도 달랐다.특히 선생님의 그 말에, 사진 속 흘러간 옛 인물들의 목소리로 말해주는 'Carpe Diem'.. 더보기
명견만리 : 미래의 기회편 - 윤리, 기술, 중국, 교육편 지난번에 명견만리 인구, 경제, 북한, 의료 편을 읽고 유익하다고 생각돼서 당장 두 번째 책도 읽게 되었다. 윤리편은 착한 소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달콤창고, 서스펜디드 커피, 공정무역 제품을 사는 사람들... 이 모든 것들은 인간은 이기적인 목적을 가지고 경제 활동을 한다고 배워왔던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심지어 서스펜디드 커피는 그리스가 국가 부도 위기를 겪던 시기에 생겨난 것이라니.그러나 애덤 스미스는 이라는 저서에서 인간은 타인의 운명에 관심을 갖거나 타인의 행복을 필요로 한다는 속성도 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인간은 그동안의 이기심을 바탕으로 한 경쟁이 유발한 문제들을 직시하고 그것을 반성하는 동시에, 이타심이라는 본성을 발현시킨다는 것이다.책에서는 이러한 인간의 모.. 더보기
엄마를 부탁해 책을 읽으면서 잘 우는 편은 아니다. 영화라면 몰라도.그런데 펼 때마다 주룩주룩 울게 하는 책이 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다.진짜 한번은 날 좋은 가을에 공원에서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이 책을 들고 나갔다가, 너무 눈물이 쏟아져서 그만 집으로 돌아와버린 적이 있을 정도다. 고향에서 아버지와 함께 생일을 맞으러 올라온 엄마를 서울역에서 잃어버린다.그러나 엄마를 찾는 과정에서 가족들은 이미, 자신들은 엄마라는 인간을 오래 전에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정말 짧게 요약하면 이게 다인데, 가족들 한명 한명이 떠올리는 엄마의 모습을 따라가며 나는 저게 내 모습이기도 하다는 생각에 울컥하게 되는 것이다.특히 첫 장이 그렇다. 첫 장은 소설가인 딸의 이야기이다.특이하게도 이 장에서는 '나는'도 '.. 더보기
이미테이션 게임 영화 을 봤다.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애니그마를 해석하기 위한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이야기라고 해서 엄청난 두뇌 싸움을 볼 수 있는건가..! 해서 봤는데 결국 남는 건 앨런 튜링이라는 인물의 고독감이었다. 그래서 더 좋았음. 초장에는 베니의 앨런 튜링을 보면서 옼 셜록같앸ㅋㅋㅋㅋㅋ 하고 봄. '사회성이 부족한 천재'라는 캐릭터가 닮아있다.근데 굳이 나누자면 셜록은 자기가 주위를 왕따시키는 타입이고, 이미테이션 게임의 앨런 튜링은 어울리고는 싶지만 왕따를 당하는 타입.영화 중 앨런 튜링이 암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가 사랑한 친구 크리스토퍼 때문이었다.암호는 비밀이 아니고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뜻이 숨겨져 있는 것이라는 크리스토퍼의 설명에, 소년 앨런은 말한다.사람들의 말과 같다고. 사람들은.. 더보기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달라진 삶을 실천한 저자가 들려주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해야 하는 이유와 달라진 점에 대한 이야기.'선'과 미니멀 라이프를 접목시키며 저자가 말해주는 미니멀 라이프의 가장 좋은 점은 이것인 것 같다.: 물건에서 벗어나 좀 더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이 점은 공감. 그러나 저자가 예를 드는 것 중에는 크게 공감이 가지 않는 것들도 몇 가지 있는데. - 사람은 아무리 좋은 것, 새로운 것이라도 그것에 익숙해지면 감사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얘기하면서 야구선수의 예를 들고 있다.패배해서 낙심한 야구선수에게 "너는 그래도 연봉도 높고 지금까지 돈도 많이 벌고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니" 라고 해도 야구선수는 이미 그것들에 익숙하기 때문에 별로 힘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더보기
러브레터 최근엔 영화관에서 지나간 멋진 영화들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서 참 좋은 것 같다.지난 화요일에는 cgv 무비핫딜로 영화 러브레터를 보고 왔다.작년 말 홋카이도 여행 가기 전에 보고 또 봤으니 꽤 짧은 텀에 다시 본 셈인데도 감동은 그대로 다시 밀려왔다. 이번에 영화를 다시 보면서 크게 '오래된(소중한) 것'과 '죽음'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가 떠올랐다.전자는 여자 이츠키의 할아버지에겐 집과 여자 이츠키, 여자 이츠키에겐 잊고 있던 첫사랑, 히로코에겐 남자 이츠키.죽음은 여자 이츠키 - 여자 이츠키의 아버지 - 남자 이츠키 - 히로코로 이어져 여자 이츠키와 히로코를 이어주는. 영화는 남자 이츠키의 추도식으로 시작된다. 2년이 지나 이제는 평온해진 듯 술을 마시고 웃고 떠들지만 여전히 그를 기억하고.. 더보기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입이 트이는 페미니즘) 주말에 서점에 들렀다. 어떤 책을 읽어볼까 하다가 고른 게 이 두 권이다.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이민경).한 권은 사놓고 아직 시간이 나지 않아 읽지 못하고 있던 것이고, 다른 한 권은 그 책과 여러 페미니즘에 관련된 책들과 함께 놓여 있던 것이다.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했고. 내가 페미니즘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인터넷 상에서 미러링이니 뭐니 하면서 화제가 집중된 것과 시기를 같이 할 것이다.그리고, 이건 참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여성이라는 성을 갖고 내내 살아왔으면서, 나의 성이 가질 권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니!이건 비단 내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이 사회가, 기득권을 가진 '그'.. 더보기
아무도 모른다 재개봉한 영화 를 보고 왔다. 백수골방의 신촌골방톡이라는, CGV 프로그램으로.예전에 정말 인상깊게 봤던 영화라 재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으로 함께 할 수 있어 더 좋았다.처음 봤을 때는 영화나 감독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는 상태로 봤었고, 후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다른 영화 몇 편을 보게 된 후 관심이 생겨 찾아보다가 또한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라는 것을 알게 되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먼저 어제 들은 백수골방님의 영화 이야기를 먼저 옮겨보자면.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다큐 감독 출신이라고 한다.이 영화 역시 맨 처음 화면의 문구처럼, 대부분의 사건은 실화를 따랐고 인물의 심리 묘사만이 픽션이라고.실은 실화가 훨씬 더 끔찍했다. 집에 가는 길에 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