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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영화

러브레터

최근엔 영화관에서 지나간 멋진 영화들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서 참 좋은 것 같다.

지난 화요일에는 cgv 무비핫딜로 영화 러브레터를 보고 왔다.

작년 말 홋카이도 여행 가기 전에 보고 또 봤으니 꽤 짧은 텀에 다시 본 셈인데도 감동은 그대로 다시 밀려왔다.




이번에 영화를 다시 보면서 크게 '오래된(소중한) 것'과 '죽음'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가 떠올랐다.

전자는 여자 이츠키의 할아버지에겐 집과 여자 이츠키, 여자 이츠키에겐 잊고 있던 첫사랑, 히로코에겐 남자 이츠키.

죽음은 여자 이츠키 - 여자 이츠키의 아버지 - 남자 이츠키 - 히로코로 이어져 여자 이츠키와 히로코를 이어주는.


영화는 남자 이츠키의 추도식으로 시작된다. 2년이 지나 이제는 평온해진 듯 술을 마시고 웃고 떠들지만 여전히 그를 기억하고 있는.

히로코는 꾀병을 부리는 이츠키 어머님과 함께 그의 집으로 간다. 거기서 졸업앨범을 보다 이츠키의 옛 주소를 손목에 적는다.

아키바 선배네가 밤에 몰래 성묘 올 계획을 세운 것, 어머님의 꾀병, 그런 걸 보고 '모두들 뭔가 꾸미네요' 라고 하던 그녀도 장난기 어린 얼굴로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 천국으로 보내는 편지를.





그 첫 번째 편지에는 그저 간단한 안부 인사만이 적혀 있다. : 잘 지내고 있나요? 저는 잘 지내요.

그런데 답이 오지 않아야 할 그 편지에, 답이 도착한다. 여자 이츠키의 주소로 보내서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히로코는 아키바에게 편지에 대해 말하며 행복해한다.

2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히로코는 아직 남자 이츠키를 놓아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편지를 받곤 그럴리가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혹시나하는 기대를 품고는 아이처럼 기뻐한다.

그래서 아키바가 멋대로 당신이 이츠키라는 증거를 내놓으라고 편지를 쓰고 여자 이츠키로부터 편지를 그만 하라는 답장을 받았을 때, 히로코는 다 끝났다며 상실감을 비친다.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꾸며낸 이야기라고 해도,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해도, 히로코는 그 편지에서 남자 이츠키를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한없이 감사했을 것이다. 그에게 안부를 전할 수 있고 그에게 소식이나마 닿을 수 있다는 것에. 그게 진실이 아닌 것을 알아도 말이다.

여전히 남자 이츠키를 처음 만났던 그 테이블의 그 자리에 앉아서.


한편 여자 이츠키는 히로코의 편지를 받으면서 완전히 잊고 있었던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기 시작한다.

유쾌하지는 않은 기억이라고 본인이 말하는, 학창시절 동명의 남자 이츠키와의 추억을.


처음으로 여자 이츠키가 남자 이츠키의 기억을 스쳐가듯 보는 것은 병원에서이다.

이 병원에서 여자 이츠키의 아버지는 폐렴이 악화되어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죽던 그 날의 기억 속에서 남자 이츠키의 모습이 깜박인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여자 이츠키는 아직 모르지만 이미 죽은 이츠키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

'죽음'이라는 것이 아버지에서 남자 이츠키로 가는 연결고리가 된 것 같았다. 혹은 한동안 '죽어있던' 남자 이츠키에 대한 기억일 수도 있고.





히로코는 아키바와 함께 여자 이츠키가 살고 있는, 남자 이츠키가 어릴 적 살았던 오타루에 가고, 여자 이츠키의 집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다 만나지는 않고 편지 한 통을 남긴 채 돌아선다.

그리고 우연히 스쳐지나가는 두 여자. 남자 이츠키의 첫사랑과 (멈춰진) 현재의 사랑, 과거와 현재, 너무나도 닮은 두 사람.





여자 이츠키는 보지 못했지만, 히로코는 자신과 닮은 여자 이츠키를 보았다.

그리고 괴로워한다. 자신은 그저 여자 이츠키를 닮았기 때문에 선택된 것은 아닐까? 첫눈에 반했다는 것이 이런 이유 아니었을까?

그런 히로코를 보고 "중학생에게 질투하는 거니?" 하며 장난기 어린 웃음을 보이던 남자 이츠키의 어머니는, 이내 아직 그 아이를 많이 좋아하고 있구나 하며 히로코와 함께 울어버린다.


여자 이츠키를 병원에 데려갈 때, 운전을 하고 있던 고모부는, 아버지가 폐렴이 악화되어 돌아가셨다는 여자 이츠키의 말에 그랬던가? 그게 언제였지? 하고는 이츠키 어머니의 말에 다시 경망스럽게 웃는다.

누군가의 죽음은 어떤 이에게는 이렇게 금방 잊혀지고 눈이 녹듯 그 사람에 대한 기억도 함께 지워버린다.

그러나 히로코에게 남자 이츠키는, 여자 이츠키에게 아버지는, 영영 생생하게 마음 속에 남아 있다. 여자 이츠키가 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나고 돌아오며 보았던 얼음 속의 잠자리처럼. 마치 살아있는 듯이 보이지만, 그 날개가 다시 움직이지 않을 것을 알지만, 그래도 혹시나 살아있진 않을까 보게 되는 그런 생생한 모습으로.




히로코의 부탁으로 여자 이츠키는 남자 이츠키와 함께이던 학창시절의 추억을 하나씩 떠올린다.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입학식날 호명될 때부터 엮여야 했던 둘, 반 아이들의 짓궂은 놀림, 같이 도서위원이 된 둘, 도서카드에 이름을 적기 위해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을 대출하던 남자 이츠키, 남자 이츠키를 좋아하는 아이가 부탁해 여자 이츠키가 둘을 이어주려 하던 일, 뒤바뀐 시험 답안지 때문에 한참을 자전거 있는 곳에서 기다리다 밤이라 안 보인다는 남자 이츠키 때문에 자전거 페달을 돌리며 불빛을 비춰주던 일, 다리가 부러져 달리기 시합에 참여하지 못한 남자 이츠키의 소동, 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나고 찾아와 책 반납을 부탁하고는 전학을 가 버린 남자 이츠키.


영화는 내내 아름답지만 특히 과거로 돌아가면 한층 더 아련하고 눈이 부시다.

바람에 날리는 커튼 곁에 서서 책을 읽던 남자 이츠키의 모습은 첫사랑의 느낌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겨놓은 듯하다.





여자 이츠키는 '좋은 추억은 아니었다' '괴로웠다' '그냥 그런 남자애가 있었다구요' 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 추억들을 꺼내지만, 프레임 밖에서 영화를 보는 이들은 누구나 느낄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는 소년과 소녀의 두근거림과 설렘을.


반 아이들의 짓궂은 놀림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여자 이츠키가 울자 책상을 걷어차고 반 아이를 죽일듯 몰아가던 남자 이츠키.

바뀐 시험지 때문에 모두가 사랑을 고백하는 자전거 주차장에서 한참을 남자 이츠키를 기다리던 여자 이츠키.

그리고 시험지가 안 보이니 불을 비춰달라며 한참을 여자 이츠키와 함께 앉아 아예 느긋이 시험 답을 맞춰보던 남자 이츠키.

친구가 남자 이츠키를 좋아한다고 맺어달라고 하자 남자 이츠키에게 좋아하는 아이가 있냐고 묻던 여자 이츠키와 그런 여자 이츠키를 빤히 보기만 하다가 없다고 재차 묻는 여자 이츠키에게 없다고 대답하던 남자 이츠키. 그리고나선 조금 화가 난 듯 친구를 억지로 끌어서 남자 이츠키에게 데려다주던 여자 이츠키.

남자 이츠키가 육상 대회에서 소동을 일으켰을 때 그에게로 향하던 여자 이츠키의 카메라 초점.

자전거를 타고 가며 자신이 쓰고 있던 봉투를 여자 이츠키에게 씌우던 남자 이츠키의 장난.

1주일 늦게 등교한 후 남자 이츠키가 전학을 가 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아이들이 장난처럼 올려놓은 남자 이츠키 자리의 국화 꽃병을 깨버린 여자 이츠키.


이 모든 장면들에서 우리는 소년과 소녀의 서툴고 풋풋한 첫사랑을 본다.



아마 추억을 하나씩 꺼내놓던 여자 이츠키도 어렴풋이 느꼈을 것이다. 이제는 그녀도 한 발짝 떨어져서 그 추억들을 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여자 이츠키는 히로코의 부탁으로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추억의 교정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남자 이츠키의 '후지이 이츠키 스트레이트 플러시'가 '후지이 이츠키 찾기'로 도서위원 소녀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 이름을 자신이 쓴 것이 아니고 남자아이가 쓴 것이라는 말에 아이들은 "선배의 이름을 그렇게 많이 쓰다니, 정말 좋아했나봐요" 하며 소녀다운 감수성을 드러내며 꺄르르 웃는다.

아니라고 말도 미처 하지 못하고 나와서 옛 선생님에게만 해명(?)하던 여자 이츠키는 남자 이츠키가 이미 죽었음을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된다.



그리고 내내 감기로 훌쩍이던 여자 이츠키는 결국 고열로 쓰러지게 된다. 그러나 눈보라로 인해 구급차가 오는 데는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상황.

이미 이런 상황에서 이츠키의 아버지를 잃어본 어머니와 할아버지의 의견이 갈린다.

어머니는 응급처치를 하며 구급차를 기다려야 한다고 하고, 할아버지는 업고 걸어서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어머니는 10년 전 이츠키의 아버지가 죽었을 때도 말을 듣지 않고 택시를 잡으러 갔다가 결국 걸어가는 바람에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지 않았냐고 한다. 이 아이마저 잃을 수는 없다고 여자 이츠키를 끌어안으며.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때는 정확히 40분이 걸렸다고, 그래도 늦었으니 지금 출발을 해야 한다고 한다.


어렸던 여자 이츠키는 몰라도, 이 두 사람은 지난 10년동안 그날의 상황을 수백 수천번 다시 생각했을 것이다. 그때 구급차를 기다렸더라면. 그때 눈이 오지 않았더라면. 그때 당장 환자를 업고 뛰쳐나갔더라면. 그때... 만약 그때...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미 죽어버린 사랑하는 이는 돌아올 수 없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다시 이런 일이 생긴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꼭 지켜야겠다고 굳게 다짐했을 것이다. 그 마음은 같았으나 단지 방식이 다를 뿐이다.

어머니와 할아버지의 의견이 또 대립되던 때가 집에 관해서이다. 어머니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하지만, 할아버지는 계속해서 이 집에 남아있고 싶어한다. 집과 이츠키, 두 문제에서 어머니와 할아버지의 성격이 각각 보이는 느낌이었다.

새로운 집으로 가고 싶어하는 어머니, 10년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는 이를 살리고 싶은 어머니. 어머니는 과거는 과거대로 두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가치관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반면 옛 집을 지키고 싶어하며 옛날에 행했던 방식대로 여자 이츠키를 살리고 싶어하는 할아버지는 과거의, 오래된 것의 소중함에 조금 더 치중하는 느낌이었다. (쓰고보니 왜 진보와 보수같죠)


어쨌든, 집에 대해서는 어머니의 의견대로 되었지만, 이번에는 할아버지의 의견대로 이츠키를 업고 눈 속에서 병원을 향해 가게 된다.

"이 눈 속에서 걸을 수 있겠어요?" 라던 우려에 "걷지 않는다. 뛸 거야."라던 76세 노익장은 이츠키를 병원에 무사히 데려다놓는다. 비록 본인도 산소를 공급받아야 하는 처지지만, 어쨌든 이번에는 소중한 것을 훌륭하게 지켜낸 것이다.

그리고 이런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무언가를 느꼈는지, 어머니는 이사를 가자던 계획을 취소해버린다.




그때, 아키바는 히로코와 함께 남자 이츠키가 조난당한 산으로 향한다.

산 초입에서 히로코는 안되겠다고,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하면서 돌아가게 해 달라고 한다.

아키바가 히로코를 굳이 이츠키가 조난당한 산으로 데려간 이유는 그의 죽음을 정면으로 보게 해서 히로코가 그것을 털어버리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히로코는 아직 이츠키를 보낼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던 것이고.


저녁, 일행중의 한 명이었던 불아범의 집에서 술 한 잔 하며 추억을 꺼내던 이들.

이들이 공통적으로 흥얼거리는 노래는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라고 한다. 히로코는 왜 그 노래를 다들 부르냐 묻고, 남자 이츠키가 절벽에서 마지막으로 불렀던 노래라는 말을 듣는다. 마츠다 세이코는 싫어했다던 남자 이츠키가 마지막으로 부른 게 그녀의 노래였다고.


사실 이 대목은 무슨 의미인지 잘 몰라서 인터넷을 찾아봤다. '마츠다 세이코'가 뭔가 의미나 사연이 있는 가수인가 싶어서.

크게 두 가지 이야기가 되던데,

1. 남자 이츠키는 좋아한다고 말을 하지 않는 무뚝뚝한 성격이다. 그러므로 마츠다 세이코도 싫다고 말은 했지만 실은 죽을 때 그녀의 노래를 부를 정도로 좋아했던 것이다. 그런 이츠키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2. '나의 사랑은 남풍을 타고' 라는 가사에 주목해야 한다. 남쪽인 고베에서, 북쪽의 오타루에 있는 여자 이츠키를 그리고 있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1번 해석이 좀 더 와닿았다. 엉뚱한 게 남자 이츠키 같기도 하고, 정말 내내 말 한마디 하지 않던 무뚝뚝한 남자 이츠키의 성격이 잘 보이는 해석인 것 같다.


그리고 술을 마시며 남자 이츠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세 사람. 이제는 산이 무섭다고 약한 모습을 보이는 아키바.

히로코도 말한다. 좋은 추억이 가득하다고. 그런데도 아쉬운 게 많아서 놓아주지 못한다고. 자신은 죽은 사람을 붙들고 투정 부리는 이기적인 여자라고.


다음날 아침, 아키바는 히로코를 깨워 설원으로 나간다.

이츠키에게 할 말을 힘껏 외치는 아키바를 보고, 히로코 역시 혼자서 넘어지고 비척대며 조금 더 멀리, 산이 조금 더 가까이 보이는 곳으로 간다.



"


히로코가 외치는 건 단 두 마디일 뿐이지만 그동안 마음속에 쌓아두었던 그리움을 모두 끄집어내듯 소리친다. 이건 아마 과정일 것이다. 이츠키를 과거에 남겨두고 히로코 자신은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기 위한. 그래서 아키바는 뒤에서 흐뭇하게 웃으며 가장 중요한 부분이니까 그냥 두라고 했을 테고.


그리고 바로 그 시각, 병원에서 눈을 뜬 여자 이츠키도 중얼거린다. : 후지이 이츠키 님에게. 잘 지내나요? 저는 잘 지내요.

두 여인이 같은 시각 다른 곳 다른 마음으로 한 사람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한 여인은 붙들고 있던 과거에 대한 놓아줌을 준비하는 작별인사로, 한 여인은 오랜 시간 덮어두었다 열어본 빛바랜 그리움에 대한 안부로.




여자 이츠키가 마지막으로 꺼낸 남자 이츠키에 대한 추억은 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나고 집으로 찾아왔던 남자 이츠키에 대한 것이다.

불쑥 찾아와서는 별다른 말도 없이 책을 반납해달라며 퉁명스럽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건네던 남자 이츠키.

어색하게 애도를 표하는 인사를 꺼내는 남자 이츠키를 보고 여자 이츠키는 웃어버린다.

그런 여자 이츠키를 돌아보던 남자 이츠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학교로 돌아가 남자 이츠키 자리에 놓여진 국화병을(아이들의 장난이라지만 남자 이츠키의 안부를 아는 나에겐 섬뜩하다) 깨버리는 여자 이츠키의 모습은, 언젠가 자신이 울었을 때 개표위원의 멱살을 잡던 남자 이츠키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히로코는 여자 이츠키에게 자신이 지금까지 받았던 모든 편지를 보내준다. 이것은 당신의 추억이라고. 그러면서 말한다.

그가 도서카드에 썼다는 이름이 당신 이름인 것만 같다고.


히로코는 처음 편지를 보낼 때에는 '이름이 같은 사람에게 운명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하는 식으로, 여자 이츠키가 남자 이츠키의 첫사랑임을 확실히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마지막 편지에서는 확신을 가지고, 혹은 인정하는 듯이 말한다.

과거의 그를 모두 알고 싶다고 여자 이츠키에게 편지며 폴라로이드 사진을 부탁하던 히로코가 모든 편지를 다시 돌려 보내고.

설산에서 내려온 후, 히로코는 이제 드디어 발 아래 과거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길 준비가 된 것이다.


고개를 갸웃하던 여자 이츠키에게, 도서위원 소녀들이 찾아온다.

아이들이 내민 책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조심스럽게 꺼내본 도서카드의 뒷면에는, 소녀 이츠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말 그대로 잃어버린 시간이었던 지나간 첫사랑. 뒤늦게 밀려오는 그 그리움.


아무래도 이 편지는 가슴이 아파서 부치지 못하겠습니다.


라던 여자 이츠키의 마지막 말.

끝내 부치지 못한 편지처럼, 그 추억은 이제 이츠키의 마음 한구석에 소중히, 언제 지나서 들춰보아도 조금은 찌릿하게 간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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