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영화 썸네일형 리스트형 굿 윌 헌팅 사람들은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 보이지 않으려 한다. 상처를 숨기고, 내가 이만큼 강인하고 멀쩡한 사람인 것처럼 보이려 다른 나를 전면에 내세운다. 실은 나는 더 상처 받는 게 두려워 가시를 세운 연약한 고슴도치이면서도 가시가 바로 나인 것처럼. 나를 감추기 위해 타인을 상처 입히고, 그러면서 이게 진정한 자신이라고 자신마저도 믿어버린다. 윌 헌팅은 천재이다. 어릴 적 여러 번의 파양과 양부모로부터의 학대로 상처가 가득한 그는 친구들과 어울려 폭력과 방탕한 나날을 즐긴다. 그의 천재성은 스스로 그리고 친구들도 알고 있지만 그것을 통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고 현재에 만족한다. 어느날 그가 청소부로 일하던 MIT 복도 칠판에 적힌 수학 난제를 푸는 그를 램보 교수가 발견하고, 우연한 기회로 유치장에.. 더보기 블라인드 진정한 사랑은 눈을 멀게 하지. 스포 많음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고 몸부림치며 살아가고 있는 도련님 루벤. 어느날 그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 마리가 오게 된다. 마리는 그에게서 도망가지 않고 그를 찍어누르고, 루벤은 마리에게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마리는 남에게 자신을 보이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영화에는 마리가 어려서 어머니에게 받았던 폭언과 폭력들이 조각조각 나타난다. 그 장면들을 보면서 영화 초반부에 마리가 읽어주는 속의 거울 조각이 생각났다. 사람들의 눈과 심장에 박혀 세상 모든 것을 미워보이게 만들고 심장을 얼어붙게 만든 거울 조각.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박아넣는 혐오의 조각은 그보다 훨씬 날카롭고 깊은 상처를 남기곤 한다. 마리는 루벤에게 거짓말을 한다. 주로 자신의 외모에 대한 거짓말이다. .. 더보기 나는 부정한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역사적 사실들이 있다. 나치독일 하, 아우슈비츠의 수많은 유대인들이 가스실에서 죽어갔다는 것은 대다수가 의심하지 않는다.그러나 (놀랍게도!)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 '나는 부정한다'의 시작점이 바로 거기다.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학자가 반대편의 학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이다.영국에서는 고소를 당한 자가 자신의 무실을 증명해야 한다.그래서 고소를 당한 데보라 립스타트 교수 측은 '유대인 학살은 존재했다'는 명제를 증명해내야 한다.법정은 역사적 사실을 밝혀내는 자리가 되어버렸고, 대다수가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사실이 법정 앞에 끄집어내어진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데보라 교수가 '민폐캐'로 느껴졌다.변호측이 경험에 의한 논리적 작전을 제시하는데.. 더보기 4등 꽤 오래 전에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가 생긴 적이 있다.그 말을 듣고 많이들 웃었고 많이들 그 말을 써먹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거기서 더 많이 나아가지 못한 듯하다.영화 을 보고 문득 그 유행어가 떠올랐다. 영화의 주된 인물은 아들에게 수영을 가르치면서 아들이 1등을 꼭 하기를 바라는 엄마, 그냥 어릴 때부터 수영이 좋아서 지금도 수영을 하고 있는 아이, 그리고 체벌을 해서라도 아이를 가르쳐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코치 정도다. 엄마는 무섭다. 치맛바람 정도로는 형용이 안 될 것 같다.아들이 나가는 수영대회마다 4등, 4등, 4등이자 안달복달하고, 좋은 수영 성적을 내는 아이의 엄마를 찾아가고, 아이가 상처 받을 수 있다는 만류에도 기어코 코치를 소개 받고, 그가 아들을.. 더보기 빌리 엘리어트 학교에서 돌아오면 꼭 형의 레코드를 틀어놓고 춤을 추던 탄광촌의 열한 살 소년.권투에는 젬병이지만 남자는 권투를 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권투 수업에 다니던 그는 우연히 권투 교실 한켠에서 열린 발레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그리고 깨닫는다. 나는 발레가 좋아.하지만 발레는 '계집애들이나 하는 것'이기 때문에 권투 수업을 듣는 척하며 몰래 발레 수업을 들어야 했던 빌리.발레를 공부한다는 것을 아버지에게 들키고는 갈등이 생기지만, 결국은 국립발레학교의 오디션을 보게 된다. 발레에 대한 소년의 순수한 열정, 그리고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그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예상외로 내 마음을 울린 것은 그 소년을 지지하기 위한 가족의 희생이었다. 가족의 상황은 불우하다. 탄광촌의 광부인 아버지와 형은 파업중이니 돈 .. 더보기 나의 소녀시대 학원물을 워낙에 좋아한다. 그 시절의 그 풋풋함이 떠올라서, 그래 그땐 그랬지 하는 마음으로 볼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나의 소녀시대' 역시 꼭 봐야지 봐야지 하던 영화인데 이제야 보게 되었다. 이미 성인이 되고, 닮고 싶지 않은 어른이 되어 있는 여주인공이 학창시절 다이어리를 펼치며 그 시절 추억으로 돌아간다.사실 초반부는 그저 그랬다. 처음에 학창시절의 모습들이 죽 나열되면서 아 맞아맞아 저랬지! 한 것 말고는 별 거 없었다.그런데 쉬타이위가 무심한 듯 린전신의 가방을 빼앗아 턱하니 제 어깨에 메곤, 차가 지나가자 린전신을 끌어안아 피하게 해주는,바로 그 순간부터 마치 내가 첫사랑에 빠진 소녀인양 몰입하게 되는 것이었다. 사실 정말이지, 플롯은 특별할 게 없는 정도를 떠나 그냥 뻔하디 뻔하고 인터.. 더보기 브이포벤데타 '하나'라는 미명 하에 모든 것이 통제되고 있는 미래 영국.밀회를 위해 통금이 지난 시각 길을 나선 이비는 '핑거맨'을 만나 위기에 빠지고, 그때 V가 홀연히 나타난다.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쓰고 클래식한 검술을 펼치는 남자. 국가에 의한 통합이라는 말을 통렬하게 비웃는 남자.가면 쓴 사람에게 정체를 밝히라는 건 말이 안되지만 캐릭터를 설명해주겠다며 신나게 이비에게 자신에 대해 설명하는 이 남자는 어떻게 보면 익살스러운 히어로 같기도 하다.참 클래식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무기로 쓰는 검이며,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보며 검술을 연마하는 것이며, 재즈가 흐르는 아지트, 건물을 폭파시킬 때의 장엄한 클래식 음악.하지만 표면적으로 볼 때 히어로물같은 이 영화는 히어로물은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볼수록 강하게 들었다... 더보기 바그다드 카페 영화는 야스민과 남편이 심하게 다투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야스민은 차에서 내리고, 남편의 차는 떠난다. 남편은 바그다드 카페에서 야스민을 찾아보지만 있을 리가 없다.맥주는 허가가 없어 팔지 못하고 커피는 커피머신이 고장나 팔지 못하는 바그다드 카페.있는 거라곤 브렌다의 남편이 주워온 보온병뿐. 브렌다는 커피메이커를 사오라는 부탁을 늘 까먹는 남편에게 화를 낸다.피아노를 치고 있는 아들에게도 화를 낸다.자꾸 이러면 떠나겠다는 남편에게 꺼지라고 화를 내자 남편은 정말 떠나버린다."눈물 한 방울 흘릴 줄 알고?" 하던 브렌다는 운다. 바깥 소파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는 브렌다 앞으로 큰 짐가방을 든 야스민이 나타난다.눈물을 닦는 브렌다와 땀을 닦는 야스민.남편이 떠나버린 브렌다와 남편을 떠나온 야스민.이.. 더보기 죽은 시인의 사회 영화를 좋아하지만, 지나간 영화들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영화를 한 번 틀면 중간에 끊거나 하지 않고 쭉 봐야만 한다는 강박이 있어서 집에서는 영화를 잘 보지 않는 탓이기도 하다. 빔프로젝터를 사면서 많이 나아졌지만.어쨌든 오늘은 벼르고 벼르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드디어 인생 처음으로 보았다.그리고 이제서야 이런 가르침을 받게 된 자신이 너무 안타까웠다. 영화 속 키팅 선생의 가르침 '카르페 디엠'은 이제 너무나도 유명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에서 키팅 선생이 '전통적'인 교육법이 아닌 자신만의 교육법으로 아이들을 하나하나 깨우면서 말해주는 '카르페 디엠'은 그 울림이 너무나도 달랐다.특히 선생님의 그 말에, 사진 속 흘러간 옛 인물들의 목소리로 말해주는 'Carpe Diem'.. 더보기 이미테이션 게임 영화 을 봤다.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애니그마를 해석하기 위한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이야기라고 해서 엄청난 두뇌 싸움을 볼 수 있는건가..! 해서 봤는데 결국 남는 건 앨런 튜링이라는 인물의 고독감이었다. 그래서 더 좋았음. 초장에는 베니의 앨런 튜링을 보면서 옼 셜록같앸ㅋㅋㅋㅋㅋ 하고 봄. '사회성이 부족한 천재'라는 캐릭터가 닮아있다.근데 굳이 나누자면 셜록은 자기가 주위를 왕따시키는 타입이고, 이미테이션 게임의 앨런 튜링은 어울리고는 싶지만 왕따를 당하는 타입.영화 중 앨런 튜링이 암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가 사랑한 친구 크리스토퍼 때문이었다.암호는 비밀이 아니고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뜻이 숨겨져 있는 것이라는 크리스토퍼의 설명에, 소년 앨런은 말한다.사람들의 말과 같다고. 사람들은..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