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 동생이 여름에 함께 여행을 가자고 했다.
처음에는 베이징을 갈려고 했는데 쪄죽을 것 같아서 패스. 대만은 사촌동생이 안 끌려서.
휴양지는 싫고. 이래저래 고려를 하다가 내가 제시한 곳이 홋카이도였다.
해서 작년 겨울에 이어 8개월만에 홋카이도에 다시 가게 되었다.
제주항공을 탔는데, 출발 전날부터 출발 시간이 10분 지연되었다는 공지를 카카오톡으로 받았다.
그래도 10분에 불과한 지연을 미리 알려주는 건 고맙다고 생각했다.
연휴 시작이라 3시간 전 도착을 목표로 일찍 집을 나섰는데, 집 앞에 오는 공항버스가 자리가 없다고 그냥 가버렸다. 황망...
어쩔 수 없이 얼른 공항철도로 이동. 다행히도 비행기 시간 두 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했는데, 공항에는 생각보다 정말 사람이 없었다.
내가 본 인천공항 중 가장 사람이 없어서 조금 당황스러울 정도.
일본 입국심사를 하는데 우리 숙소가 에어비앤비여서 집 주소만 적었더니 직원이 이거 뭐냐고 묻길래 에어비앤비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예약 내역을 보여달라고 했다. 내가 지금 인터넷이 안 돼서 못 본다고 했더니 본인 핸드폰 핫스팟 켜서 인터넷 연결까지 해주심...
그리고 내가 보여준 예약 내역을 보고선 숙소 전화번호와 호스트 이름을 썼다. 다음부터는 이걸 꼭 쓰란다.
스미마셍~ 하면서 나옴.
뒤에 합류한 사촌동생도 이걸 안 써서 고생을 꽤나 한 모양이었다. 걔는 아예 빠꾸먹었다고...
사고가 터져서 그런지 원래 그런지 모르겠지만 요즘 일본 에어비앤비를 숙소로 쓸 때는 검사가 빡세구나 생각했다.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국내선쪽으로 가서 먼저 홋카이도 레일패스를 끊었다. 4일차에 하코다테 행을 예정하고 있었기 때문.
처음에 직원이 자꼬 중국말을 해서 당황 ^^; 했지만 곧 영어로 잘 설명해주셔서 신청서 잘 쓰면서 기다림.
뒤에 합류할 예정인 다른 사촌동생의 것도 미리 같이 끊어두려고 했는데, 본인 여권이 없으면 안 된다고 해서 그렇겐 못했다.
가격은 무시무시한 16500엔. 우리는 이날 당장 개시할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삿포로까지 가는 jr 열차표까지 같이 샀다. 그게 1070엔.
레일패스 끊고 곧바로 3층에 있는 라멘공화국으로.
이치겐 에비소바가 유명하다고 해서 바로 그 가게를 찾아갔다. 줄을 서 있긴 했는데 다행히 웨이팅이 길진 않았다.
베이스 - 기본/진하게 - 와 국물 종류 - 미소, 쇼유, 시오 - , 면 굵기를 고르고 앉아서 대기.
나는 미소, 동생은 쇼유를 시켰는데 미소보다는 쇼유가 조금 더 맛있었던 것 같다.
새우의 시원한 맛이 진한 라멘국물과 어우러져 맛났던 8월 홋카이도의 첫 식사.
jr 열차를 타고 신치토세 공항에서 삿포로 역까지는 약 37분이 걸린다.
맥주박물관은 위치가 좀 외따로라 숙소에 들렀다 가기엔 시간이 애매해서 캐리어를 끌고 바로 맥주박물관으로.
다행히 짐을 맡기는 곳은 잘 돼있다. 요금도 deposit 개념이기 때문에 돈이 따로 드는 것도 아니고.
도착하자마자 멀리서부터 삿포로 빨간 별이 보이는 굴뚝을 자랑하던 맥주박물관의 위용.
옛날에는 맥주 공장으로 사용하던 곳인 것 같던데, 옛날부터 이어져온 그 옛스러운 모습이 잘 남아있다.
입장료는 따로 없다. 그런데 우리는 헷갈려서 레스토랑 줄을 서버리는 바람에 ㅋㅋㅋ
직원이 40분 정도 기다리라고 하는데 우리도 ??? 하고 직원도 ??? 하는 상황이 발생해버림.
잘못 섰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스미마셍 하고 줄에서 나와서 그냥 전시 보러 감... ㅋㅋㅋ
전시 내용은 별거 없음. 일본에 처음 맥주를 들여온 사람들, 삿포로 로고 변천사, 뭐 그런 것들.
어차피 일본어로 다 쓰여져 있어서 알아듣지도 못함. 일본어로 투어 하는 사람들도 보이긴 하더라만 우리랑 상관없음.
그래서 후다닥 훑어보고 얼른 1층으로 갔다. 자판기에서 맥주를 사서 옆에 있는 언니들한테 주면 바로 맥주를 따라주신다.
우리는 저녁에 맥주축제를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샘플러 하나만 사서 나눠먹기로.
오른쪽부터 개척사 맥주, 클래식, 블랙라벨이다. 발전해온 순서대로.
개척사 맥주는 콩 같은 구수한 맛이 강했다. 지금 보니 요즘 것들이랑 색도 다르군.
클래식은 청량하고 맑은 느낌. 그리고 블랙라벨은 그보다는 조금 더 부드러워진 느낌이었다.
동생은 개척사 맥주가 가장 맛있다고 했고, 나는 클래식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안주 하라고 준 콩은 저때도 안 먹고 숙소 가지고 가서도 안 먹어봐서 맛을 끝끝내 알 수가 없군..
조명도 맥주병으로 돼 있고, 홀 자체도 붉은 벽돌로 다 돼 있어서 옛날 펍에 온 듯한 느낌.
신나게 먹고 기념품을 사러 달려갔다.
개척사 맥주 병이 탐나서 사오고 싶었는데 깨질 것 같아서 차마 그러진 못한게 한이 된다...
삿포로 미니 맥주캔도 넘나 귀여움.
그리고 잔 종류는 이렇게.
다들 예뻐서 뭘 사야하나 한참을 고민했는데, 결국은 뭔가 전형적인 맥주잔처럼 보이는 손잡이 달린 클래식 잔과, 로고가 예쁜 미니글라스 두개 세트를 샀다.
그나저나 저 손잡이 달린 잔을 일본에서 죸키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 대체 무슨 영어 단어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
맛나게 먹고 사고 일단 숙소로 가기로 했다.
걸어가기는 힘들 것 같아서 일단 박물관에서 삿포로역까지 걸어온 후 거기서 버스를 타기로.
그런데 구글맵에서 알려주는 버스 타는 곳을 도무지 모르겠는 거다.
한참 헤매면서 현지인들한테도 이 버스 어디서 타는 거냐고 물어봤는데 아는 사람이 업성...
그래도 일본 사람들 참 친절한 게, 나같으면 외국인이 잘 모르는 걸 물어보면 죄송해요 저도 모르겠어요~ 하고 말 텐데,
정말 적극적으로 자기가 다른 정류장 가서 노선도 보고 번호표 보고, 그렇게 도와준다.
특히 한 청년은 자기도 전혀 모르면서 직접 버스 기사 아저씨한테도 물어봐주고 그래서 감동을 참 많이 받음.
그러면서 전혀 몰라서 죄송하다고 막 그러길래 나도 배꼽인사하면서 감사함니다~ 했음.
결국은 한 중년 부부의 도움으로 무사히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짐 내려놓자마자 오도리 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맥주축제로.
테레비타워 반대쪽에서부터 살살 올라갔더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없어서 나와 동생은 축제에 사람이 이정도밖에...? 하고 어리둥절했음.
전반적으로 여기 와서 사람들 많이 몰려 있는 곳을 못 보기도 했고 ㅋㅋㅋ
끝쪽에는 독일마을이랑 세계맥주부스가 있다. 진짜는 삿포로 비어가든부터.
여기에 오니까 안에 사람들이 북적북적해서 아 이것이야말로 축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로 올라가면 기린, 아사히 등등 다른 맥주 부스가 있었는데 우리는 일단 첫날이고 삿포로니까 삿포로 부스부터!
다른 맥주 부스는 다른 날에 가려고 했는데 결국은 한 번 더 못 간 게 너무 아쉽다.
삿포로답게 별 천지인 휘장 아래.
반대편에 보이는 카운터에서 술과 안주를 주문한 후 번호표를 받는다.
안주는 안주 카운터에 가서 직접 받아오면 되고, 술은 노란 티셔츠를 입은 직원에게 번호표를 주면 가져다준다.
안주로 가볍게 타코야끼를 시켰는데 너무나 냉동 타코야끼 느낌 낭낭하고... 소스도 가쓰오부시도 암것도 없고...
진짜 넘나 경악했지만 맥주가 참 맛있고 분위기가 좋아서 안주는 잊어버림.
해피 비어 타임이라고 일하시는 분들 일렬로 줄서서 춤추는데 본인이 제일 흥에 겨워 춤추던 이름 모를 일본의 취객 ㅋㅋㅋ
라스트 오더를 tv 통해서 카운트다운 할 때부터 심상찮더니, 축제가 끝나는 9시가 되니 얄짤없이 장내 불을 다 꺼버린다.
사람들 한참 흥 올라 있길래 끝이 9시라고 말은 해도 사람들 나갈 때까지 축제 이을 줄 알았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놀라워하면서 우리도 주섬주섬 일어남...
맥주축제가 새벽 한 시까지만 했어도 남은 기간 내내 갔을 텐데. 9시까지니 어떻게 끼워서 갈 수도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야식을 먹기로 하고 하나마루로.
역쪽에는 줄이 길다고 해서 검색하다가 시계탑 쪽에 있는 지점인 시키 하나마루로 향했다.
지나가면서 삿포로의 상징 테레비타워랑 인사. 안냥~
지나가다가 사람들이 줄을 서있길래 뭐지 버스킹인가? 하면서 봤는데 시계탑.
정각에는 뭐 세레모니가 있는 모양이던데 한번도 본 적은 없다. 이날도 지나가면서 아 시계탑이구나~ 하고 사진만 몇 장 찍음.
시키하나마루. 뭐 모르는 여행자답게 세트로 시켰다.
이렇게 16피스 해서 2000엔대 초반이니 가성비는 참 좋은듯. 맛도 좋고.
그리고 맥주는 역시 삿포로 클래식이지!
계산할 때 아주머니가 외국인이라서 그랬는지 떡메모지를 기념품으로 주셨다 ㅋㅋㅋㅋㅋ 감_덩
집에 가는 길에 로손 들러서 또 일본의 식문화를 맛보기 위해 몇 가지 사서 숙소에서 한잔 더 하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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