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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여행

170318 대관령 삼양목장 / 속초 영금정, 속초중앙시장

친구가 어느날 강원도가 가고 싶다고 했다.

예전에도 한번 이 친구랑 대관령에 가려고 하다가 포기하고 강릉을 갔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양이 보고 싶어서 뉴질랜드라도 가야하나 하고 있던 차였기에, 삼양목장으로 시작해서 강원도 여행을 하기로 했다.


막연히 '강원도'라고만 정해놓고 시작한 계획이었기에 행선지며 루트며 모든 게 즉흥적으로 정해졌다.

일단 대관령에 양은 보러 가야하고, 삼양목장이 제일 크다고 하니까 거기를 가고, 그 후로는 가까운 다른 곳을 가야 할텐데 강릉은 예전에 같이 갔었으니 제치고, 서울 오기 편할 것 같으니까 원주를 갈까 했다가 볼 게 별로 없다기에 속초로.

여행 루트도 주말에 하루 만나 앉은 자리에서 우리랑 루트 비슷한 블로그 글을 보고 이대로 가자! 하고 호쾌하게 끝.


첫째날 루트는 동서울터미널 - 횡계 - 삼양목장 - 다시 횡계 - 강릉(횡계에서 속초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으므로) - 속초 - 영금정 - 중앙시장 - 숙소.

친구가 살짝 지각을 할뻔 했으나 무사히 버스를 탔다. 그나마 일찍 도착한 내가 터미널 안 슈퍼에서 김밥을 사뒀는데, 지난번에도 그랬지만 역시나 터미널 김밥은 속이 너무나 부실하다. 참치랑 불고기를 샀는데 별로 든 것도 없어서 둘의 구분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지경이었다.


횡계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바로 나오면 택시들이 줄지어 있다. 그 중 아무거나 타고 삼양목장으로 가달라고 한다. 매표소까지 만삼천원.

내릴 때는 명함을 잘 챙겨두었다. 나중에 돌아갈 때 다시 콜해서 타고 가야하니까.


다들 승용차를 타고 지나가고, 우리같은 뚜벅이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매표소에 도착해서 표를 사는데 직원분이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한다.

"지금 셔틀버스 운행 안하는 거 알죠?"


.............네........?

대~충 찾아보기로는 셔틀버스를 타고 정상까지 간 후 거기서 천천히 내려오면서 감상을 하면 된다고 했었다.

그런데.... 셔틀버스가...... 없다니........ 이게 무슨 소리요.......................


황망해하는 우리에게 매표소 직원이 일러주기를, 셔틀버스는 하절기인 4월말~11월까지만 운행한다는 거시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자꾸 격려를 해주셨다...

많이 힘드실 거예요... 힘드시겠지만 연애소설 나무까지는 보고 내려오는걸 추천드려요.... 거기가 그나마 경치가 볼만하거든요...


헛웃음을 웃으며 열심히 발을 움직였다. 몸을 가볍게 하고 오르는 게 좋을 거라는 매표소 직원분 말을 잘 듣고 일단 짐을 맡기고 출발.

출발하는 곳에는 양 먹이주기 체험장에 양 일고여덟마리 정도가 있었다.

잠시 보다가 얼른 위에 가서 양떼를 보자!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근데 없어.... 그게 다야.... 그게 전부야......................

양 방목장 1도, 2도 모두 비어 있었다.

양몰이 공연은 동절기니 그렇다 치고 어째서 양도 없죠? 왜죠????

나중에 게스트하우스 가서 들었는데, 구제역 때문에 안 풀어놓는다나.

정보화 사회에서 이렇게 정보력이 중요합니다... 양을 보러 왔는데 양이 없어요.........


어쨌든 타조는 만났다. 기여운 타조. 목이 길다란 타조.

옆에 가족이 풀을 주는데 타조가 빛의 속도로 저 틈으로 고개를 내밀어 풀을 강탈하는 걸 보고 위협을 느껴 풀을 주지는 못했다.

그래도 목이 긴 타조의 고고한 자태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빡세게 걸어올라가면서도 그저 바깥바람 쐬니 좋다고 헤실헤실거리며 행복한 바보들처럼 열심히 걸음.

어느 정도 올라와서 멀리 바라보니 아직 눈이 녹지 않은 3월의 설경이 눈앞에 있었다.

멀리서만 보면 참 아름다운 설경인데 함정은 우리가 걷는 길 앞에도 눈이 언 채로 녹지 않고 남아 길을 막고 있었다는 거...^^...

이걸 어쩌나 하고 있는데 찻길에서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워드릴까요?"

지나가던 직원분이시다. 우리는 네! 하는 대답과 동시에 뛰어갔다.

차를 타고 보니 하시는 말씀이 종종 이렇게 걸어가시는 분들을 태워드리곤 하는데, 보통 여자 두분 오거나 여자 혼자 온 경우는 잘 안 탄다고.

근데 우리는 그런거 없ㅋ엉ㅋ


어쨌든 감사한 직원분 덕분에 두 시간은 족히 걸렸을 정상까지 10여분만에 올라왔다.


지금도 이렇게 예쁜데 푸릇푸릇해지면 얼마나 예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풍경.

그런데 풍차 돌아가는 소리는 바로 아래서 들으면 정말 위압적이고 무섭다. 곧이라도 풍차 날개에 맞을것가틈...





그리고 동해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이제 동해전망대를 보았으니 다시 열심히 걸어내려간다. 바람의 언덕을 지나서. 사람이라곤 우리밖에 없는 길.




내내 이런 길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역시 내려가는 길도 험난했다.

군데군데 발이 폭폭 빠지는 눈과 진흙길!

진흙에 빠졌다가 앞에 있는 눈에 발을 비비며 진흙을 닦아내기를 반복하는 길이었다.

게임 속에서 모험하는 느낌이었음.


게다가 사람도 없는데 길은 굽이굽이 계속 이어져서 이 길이 맞나 불안하고... 의심이 극에 달할때쯤 밀당하듯 나타나는 이정표...

어쨌든 그렇게 열심히 걷다가 다시 한번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다른 직원 분이셨다.

잽싸게 얻어타고 조금 가다보니 이제야 나오는 연애편지 나무.

직원분이 저거 봤냐고 물어보셨지만 필요없고 그냥 내려가겠다고 단호히 말해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직원분께서 이것저것 얘기해주셨다. 6~7월이 풀이 파아랗게 돋아나서 참 예쁘다는 것이나,

양몰이 공연을 하는 개인 보더콜리가 1500만원이나 하는 녀석인데 외국에서 온 놈이라 한국말 못 알아듣고 영어로 해야한다는 것이낰ㅋㅋㅋ


휴 덕분에 무사히 내려와서 쉼터 가서 드디어 밥을 먹는다. 아까 아침에 부실한 김밥이라도 안 먹어두었으면 이미 당떨어져 쓰러졌을뻔.

짜파게티랑 나가사끼 짬뽕이랑 먹었다. 그리고 택시 기사 아저씨한테 전화를 해 두고 잠시 양 또 보고 매표소 앞에서 대기.

아저씨는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기사 아저씨가 전화가 와서는 다짜고짜 "차 안 탈 거요?" 하고 화를 낸다.

당황해서 보니 눈 앞에 택시가 하나 있긴 한데. 번호 말하면서 이 차 맞냐고 하는데 대답도 안하고 끊는다.

아니 아저씨 차가 뭔지 어디 계신지 제가 어떻게 알고 타여...

그 차를 타고 보니 또 화를 낸다. 도대체 타지를 않고 있으면 어떡하냐고. 운전도 무슨 분노의 질주 수준으로 한다.

진짜 기분이 너무 나빠서 택시회사에 전화라도 하고 싶었음.


어쨌든 그렇게 횡계에 다시 도착해서 강릉으로 가는 차표를 산다. 운 좋게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출발.

그리고 강릉에서 속초 가는 버스도 바로 출발하는 편을 탈 수 있었다.

비록 대관령에서 양을 못 봤지만 ^^... 그런 우리가 불쌍해서 신이 타이밍은 좋게 해준 모양이다 생각함 헤헿...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는 곧바로 영금정으로 걸어갔다.

영금정에서 들리는 파도소리가 참 좋았다. 동해 바다는 참 깊고 푸르러서 너무 좋다.







그리고 오는 길에 본 홍게무한리필집들에 끌려서 홍게 먹으러 가자고 다짐하고선, 무한리필이니까 최대한 배를 비우자며 저 끝까지 걸어갔다.

그 끝에서 만난 빨간 등대.

하늘은 파랗고 등대는 빨개서 색감이 너무 예뻤다. 여기서 프로필사진 건짐. 데헷.



낚시하는 분들도 많고, 길 군데군데엔 불가사리가 떨어져 있다. 불쌍한 불가사리...

그리고 갈매기가 잽싸게 바다로 뛰어들어 물고기를 물어오는 장면도 목격했다. 갈매기는 새우깡만 먹는 애가 아니었구나!



열심히 걷고 비장한 마음으로 홍게를 먹으러 갔다.

인터넷에서 잠시 검색하고 평이 좋은 곳으로 가려고 했는데, 1인 3만5천원인 줄 알고 갔더니 입구에 4만원이라고...

당황해서 바로 맞은편에 있는 2만9천원짜리 집으로 들어갔다. 테레비도 나왔다니 믿을만하겠지!

스끼다시는 레알 기본만 나오고, 홍게는 이러케 세 마리씩 준다. 살이 통통한 놈도 있고 그냥 빈 놈도 있다.

어쨌든 아홉마리 먹고 났더니 배 부른 것도 배 부른 건데 물려서 더는 못먹겠다 싶었다.

하지만 볶음밥이랑 대게라면까지 추가해서 알차게 먹음으로써 10마리를 채웠지 후훗!




배도 부르니까 다시 걸어서 속초중앙시장으로 간다.

입구부터 신기한 먹거리가 줄을 지어 있었다. 아이스크림 붕어빵도 있고, 인스타용으로 핫해보이는 마콘? 그런 아이스크림도 있고.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좀만 먹고 시장 와서 이것저것 사먹어볼걸, 후회해도 위는 이미 차있다.

다음날에도 너무 먹고싶은 건 많은데 위와 시간은 한정적이어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

위를 핸드폰 배터리처럼 교체할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근데 지나가다가 우연히 달달아재 타래과자를 맛보고는 당장에 사버렸다.

츄러스나 짱구 같은 맛인데 튀기지 않아서 부담스럽지도 않고, 시나몬이 은은하게 입 안에 머무는 것이 참 좋았다.

하나만 사려고 했는데 한개 6천원 두개 만원이래서 두개 사버림 헿...

근데 다음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여기저기 타래과자 다 팔길래 괜히 첫날 샀다고 후회하긴 했다.


남포동 트리축제가 생각나는 속초시장의 조명




그리고 당연히 속초 왔으면 모다? 모다?? 닭!강!정!!!!!!

만석닭강정 바로 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다른 집은 찾아보지도 않았다.

근데 지나가다가 본 만석닭강정에는 손님이 별로 줄도 서 있지 않았다.

아 이제 넘 유명하고 다들 먹어본 집이라 그런가? 라고 생각하고 무심히 지나갔다. 구경 더 하다가 사가려구.

그런데 맞은편 통로로 지나가다 보니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있다.

처음에는 청춘시장 올라가는 길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맞은편 가게쪽 줄인 것 같다. 뭔가 보니 만석닭강정.

아까 지나가다 본 가게에는 줄이 없었는데, 왜 요 지점만 줄을 서 있지?

의아하게 여기면서 우리는 줄 서지 말고 아까 거기서 바로 사서 가자~ 하고 갔는데 지금 닭이 없단다...

그럼 그렇지... 나같은 애도 아는 집에 줄이 없을리가....ㅎ....

그래도 줄이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이 금방금방 빠져서 얼른 닭강정 하나 사들고 숙소로.



닭! 강! 정!!!!!!!! 식어도 존맛!!!!!!!!!!!!!

이날은 배가 너무 불러서 남겼는데 포스팅하는 지금 먹고싶으면 어떠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