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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여행

170413-16 제주 (2)애월, 사려니숲

기상!

셋째날 날씨는 구름 조금 많음.

그런데 제주 날씨는 맑으면 맑은대로 흐리면 흐린대로 아름답다.

구름 낀 협재 바다는 옅은 하늘빛.






오늘은 밥 먹고 곽지과물 갔다가 한담해안산책로를 따라 가기로 했다.

사려니숲 가야돼서 더럭분교는 과감하게 패쓰하기로 했는데, 곽지과물 정류소에 내려서 본 학교가 컬러풀한 게 더럭분교의 아쉬움을 지워주는 느낌이라 찍음.









곽지과물 해변


이곳은 용천수가 많이 나서 바닷물 색이 유독 더 푸르다고 한다.

협재도 푸른데 대체 얼마나 더 푸르다는거지??? 하고 갔는데 오, 확실히 같은 구름 아래에서도 더 푸르구나.









한담해안산책


한참을 오- 오- 하면서 또 삼보일찍 하다가 곽지과물해변에서 바로 이어지는 한담해안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

구름 걷히고 푸른 하늘이 드러나니 바다는 또 더 푸르러진다.





근데 진짜.. 한담해안산책로 너무 좋다....... 이번 제주 여행 중에 제일 좋았음.....

날씨도 한몫 했겠지만 정말.... 바다 아름다운 건 두 말 하면 입아픈데 그런 바다를 쭉 끼고 도는데다, 군데군데 자연이 빚어낸 바위며 나무며 어쩜 그렇게도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는지.

제주 갈 때마다 가고 싶어.... 너무 좋다.........




유채도 가득 피어 있었다. 아, 이게 제주의 봄이구나.










카페 봄날


한담해안산책로 끝에는 카페 봄날이 자리하고 있다. 멀리서 봐도 노오란 건물에 커다랗게 적힌 cafe bomnal 이라는 글이 눈에 확 띔.
주문 먼저 하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봄날은 여기저기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카페 안쪽으로는 이미 사람들이 다 앉아있을 것 같고, 날씨도 나쁘지 않고 해서 바깥쪽에서 바다를 마주보고 자리잡았다.
저 위에 거울벽 건물이 몽상드애월인듯. 굳이 올라가보진 않음.




해안산책로를 열심히 걸었으니 책 읽으며 휴식이나 하려고.

고심하다가 고른 '노인과 바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바람이 미친듯이 불어서 노인의 투지를 마치 4d처럼 느낄 수 있었음.






구석구석 아기자기한 카페 봄날.







이곳 마스코트인 듯한 네 마리 웰시코기 중 한 녀석. 그래... 손님 접대 힘들지...?





이제 사려니숲 가려 하는데 마침 눈앞에 놀맨이 있길래 들어가봄.

사실 어제부터 면만 먹어서 밥 먹고 싶었지만 눈에 띄는 거 바로 들어가보고 이런 게 또 막 하는 여행의 맛 아니겠는가.


들어가서 대기표 뽑고, 주문하고, 선결제하고, 기다리고 먹으면 됨. 메뉴는 해물라면 단일, 가격은 6천원.





일단 협재 해녀의집 해물라면과 비교해봤을 때 라면 자체가 다른 것 같음. 국물이 허여멀건한 나가사키 짬뽕으로 추정됨.

그리고 가격 차이가 있으니 당연히 그렇겠지만 해물은 그닥 실하지 않음.

홍합이 많으면 홍합이라도 좀 토실토실하고 실한 놈이면 좋으련만, 아주 빈약했음. 이것만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래도 게는 아주 살이 꽉 차 있었다.


요 앞에서 카약 체험도 많이들 하시던데. 투명한 바닥의 카약인 것 같았다. 재밌겠다. 담에 누구랑 같이 오면 해야지.








사려니숲길


이제 나는 간다, 사려니숲길로.

사실 여기가 버스 타고 가기는 좀 힘들어보여서 갈까말까 되게 망설였던 덴데.

왜 가고자 했냐면, 아는 분 웨딩촬영을 여기서 하셨는데 너무나도 신비롭고 아름답고 예쁜 거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 여기를 꼭 가보고 싶었다.

꼭 가보고 싶었던 데이니만큼 좀 힘들어도 가자! 해서 감.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 갈아타고 가면 되는데, 나는 운좋게도 시티투어 버스랑 시간이 맞아서 시티투어 버스 타고 금방 갈 수 있었다.






사려니숲길을 쭉 걸어가면 2시간 20분정도 소요되는 모양이었다.

내가 도착한 시간은 2시 30분쯤이었고, 5시에는 숲이 쉬는 시간이라고 어디서 주워들어서, 왠지 마음이 좀 급했다.

다섯 시 전에 나가야 되는 줄 알고 엄청 열심히 걸었음. 나중에 보니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더라만...........


초입에는 사람이 좀 많은 편이지만 걸어갈수록 페이스가 다르다보니 점점 나 혼자 걷게 된다.

새소리. 바람소리. 고요하다.





이렇게 야생동물 친구도 만나고. 너는 사슴이니 고라니니?





사실 내가 사려니숲에 온 이유는 바로 이 삼나무 숲 때문이었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버스 타고 밖에서 언뜻 삼나무숲 보고도 바로 위엄을 느꼈거든.

근데 이게 사려니숲길에서 들어오면 한시간 반정도 걸어야만 나온다. 나는 암것도 모르고 그냥 일단 들어왔으니까 내가 봤던 그 죽죽 뻗어 있는 멋진 숲은 어딨는거지 ㅠㅠ 설마 없나 ㅠㅠ 왜없지 ㅠㅠ 하면서 무식하게 걷기만 했는데.

나중에 보니 붉은오름 쪽 입구에서 들어가면 바로 삼나무 숲이다. ^^... 역시 사람은 정보가 있어야.............


어쨌든 너무나 아름다운 삼나무숲.

이름이 월든 삼나무숲이라고 붙어있었던 것 같았는데. 월든은 노잼이고 별로 공감하지 못했지만, 월든 호수의 풍경이 이랬다면 소로의 마음을 좀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군.



'사려니'에 '신성한'이라는 뜻이 있다고 숲 표지판에서 봤던 것 같은데. 누가 봐도 끄덕끄덕할만한 이름과 풍경이다.


근데 너무 좋은데 너무 힘들었다.... 왠지 5시 전에 다 보고 나가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안 쉬고 두 시간 걸은 데다가 이날 숙소 체크아웃 해서 짐까지 그대로 메고 있었음.... 넘나 무겁고 힘든것.........


그래서 정신줄 놓고 730번 버스 기다리면서 정류장에 앉아 있었는데 버스 오는지도 모르고 앉아만 있었더니 아저씨가 못보고 쌩 지나감.

같이 기다리던 아주머니가 당장 버스 회사에 전화를 하셨지만 뭐 지나간 버스가 돌아오지도 않고.

그냥 또 정신줄 놓고 기다리다가 이번에는 제주버스 어플 보고 버스 오기 몇 분 전에 미리 나가서 서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비행기로 서울로 돌아가야 하므로 이날은 공항과 가까운 호스텔린든에 묵기로 돼 있었다.

근데 일단 가기 전에 밥부터 좀 먹자... 해서 동광양에 내려 고기국수 먹으러 삼대국수회관으로.

이미 너무 많이 걸었지만 - 생각해보니 아침에도 해안산책로 걷고, 오후에는 사려니숲길 걷고 - 먹으러 가는 길은 그래도 힘을 내야지!


동광양에 내려서 가면 삼성혈 쪽을 지나서 가게 된다. 이런 신기한 하루방 모양 조형물도 지나가고.





이쪽에 만세국수며 자매국수며 다 몰려있는 듯하던데. 그냥 눈에 보이는 삼대국수회관으로 들어감.

처음 국물 맛을 보고 한 생각은 '돼지국밥이랑 맛이 비슷한데?' 였다.

그리고 사실 고기국수에 별로 큰 기대를 한 것도 아님. 그냥 숙소에서 걸어갈만한 거리에 맛집이 있길래 가본 것뿐이지.

국수에 수육 얹은 것밖에 별다를 게 있겠나 하는 생각이었다.

근데 아니었다. 고기 먹는 순간 생각이 전환됨. 아니 고기 맛이 어떻게 이렇지....? 이게 제주 흑돼지인가.....?! 아님 그 이름만 어디서 많이 본 돔베고기인건가?!?!?!?

난 살코기 파라 고기 먹을 때 비계 잘 안 먹는데, 이거 비계가 아주 찰지고 달고... 그렇다고 기름기가 많은 것도 아니고 진짜 착 감김.

고기국수....고기국수 좋아요..........





이건 좀 다른 말인데, 메뉴판을 보다보니 제주에서는 족발을 '아강발'이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좀 귀엽다. 아가~를 아강~ 하는 것 같음. 그럼 아강은 제주 방언으로 발이란 뜻인가... 족발은 그럼 발 족에 우리말 발인가.. 우리말로 풀면 발발인가.....




고기국수 양 많다. 아주 배부르게 먹었다.

하지만 왠지 사려니숲을 걷고 나서 보상의 의미로 당을 꼭 먹어야겠다! 고 생각했으므로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naver stop...☆

국수를 먹긴 했지만 국수는 당이랑 다르잖아요? 원래 디저트 배는 따로 있는 거잖아요?


말차빙수로 유명하다는 '꿈꾸는 흰당나귀'를 찾아갔다. 흰당나귀라니 백석 시인 생각나고요.


내부는 이러했다.






말차빙수(중) 만이천원. 빙수만 먹으면 속 시리니까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같이 시켰다. 아메리카노 사천원. 의외로 커피도 맛이 좋았다.

말차빙수 남길 것 같았는데 다 먹었음. 따...딱히 내가 돼지보스인 건 아니야....!

저게 저래보여도 그릇이 얕음. 진짜임... 뭐 맛있으면 다 먹을 수도 있는 거지........

말차맛도 진하고. 중간에 있는 저 아이스크림 맛도 특이했다. 쌉싸름한 말차에 뭔가 좀 다른 맛도 섞여 있었는데....



하여튼 진짜 탄수화물에 당까지 잘 충전하고 흡족하게 호스텔린든으로 걸어감.

6층에서 체크인하고 7층에 방을 받음. 1인실 썼는데 시설 참 깔끔하고 괜찮았다.

방음은 잘 안되는 것 같았음. 옆방 소리가 좀 들렸음. 아무래도 도로변이다보니 차 소리 들리는 것도 있고.

그치만 가격도 그렇고 괜찮은 숙소였음.






마지막날. 그냥 서울 가면 서운하니까 동문시장을 들른다.

원래는 공항에 가깝다길래 도두봉이나 이호테우 해변을 다녀갈까 했는데 생각보다 멈. 그래서 급히 찾다 동문시장 낙점 탕탕탕!





딱히 기념품 같은 거 살 생각은 없었고 그냥 내 아침 먹으러 간 거였음.

근데 시간이 이른지 대게 그라탕도 아직 안 된다고 해서 상처받고... 흑돼지큐브 같은 것도 아직 안하고........


지나가다가 누가 진아떡집 비닐 들고 있는 거 보고 저거다! 하고 열심히 찾아간 진아떡집. 수요미식회 오메기떡 맛집.

한 팩은 8개가 들어있고 6천원임.

고이 싸들고 서울 와서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한 개가 크고 그리고 진짜 맛있다.

사실 사놓고 먹어보기 전까지는 전에 먹어본 오메기떡이 팥맛만 나고 별로였어서 괜히 샀나 싶었는데 아녔음.

팥앙금도 적당히 달달하고 쑥떡이랑 잘 어우러지고. 쓰다보니 배고프네 또 먹어야지




귤하루방 쥬스도 샀다. 3천원. 그냥 오렌지쥬스 아니고 천혜향 한라봉 이런 것들 섞여 있어서 아주 상큼하고 맛있음.







그리고 밥을 어쩔까 고민하다가 그냥 눈에 보이는 밥 된다는 집 아무데나 들어감. 올레수산이었음.

원래는 블로그에서 본 것처럼 회 몇 개 섞어서 한 접시 만원에 파는 그런 거 먹고 싶었는데. 친구가 고등어회를 그렇게 강추하기도 했고.

근데 아직 시간이 일러 그런 본격적인 장사는 안 하는 것 같길래 일단 밥을 시키기로.

회덮밥이나 이런 류도 있지만, 시장 오며가며 본 은갈치의 아름다운 자태가 눈에 밟혔기에 갈치구이를 시켰다.

내내 면만 먹다가 마지막날에 드디어 밥을 먹고 가는구나.


갈치구이는 1인분 두 토막이 나온다. 2만원. 공기밥은 추가요.

갈치 살이 아주 통통하고 맛이 좋았음.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몰랐는데 어제 밤에 기상으로 비행기가 결항되고 지연되고 했다고 한다.

오늘도 그 여파인지 비행기들이 줄줄이 연착이었다. 다행히도 내 비행기는 5분정도밖에 지연이 안 되었지만.

사실 말이 5분이고 출발 시간은 훨씬 늦었지만, 어쨌든.


어제 일찍 모바일 체크인을 해 둔 덕에 좋은 창가 자리를 잡아서, 마지막으로 제주도 섬의 모습을 찍을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경기도 오산이었음.

대신 어딘진 모르겠지만 이런 섬의 모습을 찍긴 했다.



착륙할 때 다 됐을 때 창밖을 보고 있다가 잠시 읽던 책 마저 읽느라고 눈을 돌렸다가 다시 창 밖을 봤는데, 와, 그 잠깐사이에 아파트들이 후두둑 돋아나 있는 모습이 아주 인상깊었다.

나도 제주 한달 살기 이런거 해보고 싶다. 언젠가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