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필름카메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친구가 여행 갈 때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가져가겠다고 했을 때였다.
(근데 그 친구는 결국 여행 가서 필카 갖고 온 거 까먹고 뜯지도 않았다는 게 함정!)
갑자기 혹해서 나도 일회용 필카 사볼까? 하다가 일단은 구닥이라는 필름카메라 어플을 다운받았다.
내가 얼마나 필카를 잘 쓸지 전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행지에서 구닥으로 필카 가상 체험을 하면서 필카가 줄 수 있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한장 한장 필름을 소비하며 찍는 것이기에 신중하게 찍을 풍경을 고르게 된다는 것.
어떻게 나올지 짐작할 수 없기에 또 한번 신중해져야 한다는 것.
그렇기에 결과물을 만났을 때의 애틋함이 일반 디지털 사진을 찍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사실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 뿐이라며 많은 사진을 찍으면서도, '백 장 막 찍고 잘 나온 거 한 장 고르는' 것에 다소 염증을 느꼈다.
별 감흥 없이 이것저것 찍어대고 나중에 사진을 골라서 보아도 여긴 어디지... 이거 뭐지... 하는 느낌이 있어서, 이게 진짜 남는 건가 싶기도 했고.
그리고 구닥 어플을 잘 쓰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느낌'일 뿐이지 실제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의 질과는 비교가 될 수 없는 노릇이고.
이렇게 필름카메라의 매력에 젖어가는 와중에 또 다른 친구가 어느날 필름카메라를 샀다며 자랑을 했다.
이때다 싶어서 나도 삼...^^
친구는 남대문에서 카메라를 사서 내게도 남대문을 추천해줬다.
나 역시 남대문에서 살 생각이었다. 평소에 돈을 좀 더 내더라도 확실한 것을 좋아하니까.
중고로운 평화나라는 그런 면에서 아예 제껴두고 있었다. 카메라 초짜인 나에게 너무 위험할 것 같아서.
그런데 검색을 하다가 이베이에서도 필카를 많이 산다는 걸 알게 되었고,
호기심에 가격대만 보는데 세상에, 거의 남대문 가격의 1/2인거다.
5~6만원 차이면 그냥 남대문에서 샀을텐데 그게 아니니까 마음이 몹시 흔들렸고,
결국은 운명에 맡겨보기로 한다. 아무 거나 비딩 해보고 되면 사는 거고 안되면 남대문 가는 거고.
그런 마음으로 괜찮아보이는 거 아무거나 비딩했다.
갖고 싶은 건 사실 펜탁스 미슈퍼였는데 매물 젤 잘 보이는 게 X-700이라서 그걸로 비딩 걸었음.
원래 컨트라스트 강한 거나 붉은 색감을 좋아하기 때문에 펜탁스 특유의 색감이라는 게 궁금했다.
미슈퍼가 크기나 무게도 갖고 다니기 적당할 것 같았고.
에이 설마 첫 비딩에서 덜컥 낙찰되겠어? 시험삼아 해보고 미슈퍼 찾아서 걸어보자 ㅋ 라고 한 비딩이었는데... 그런데...
나 말곤 비딩 건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그렇게 그는 내 첫 카메라가 되었다...
배송료 포함 13만원 정도였는데 이베이에서는 이것도 비싼 몸값인가...
플래시에 코킨 컬러필터 세 종류에 가방 스트랩 MD-1까지 다 준 가격인데 왜지...
렌즈가 50mm 1.7이라서 그런가... 1.4나 1.7이나 별 차이 없다던데...
아무도 비딩 안하니까 괜히 쫄아서 잘못산건가.. 호구잡힌건가... 싶었다. (사실 아직까지도)
카메라는 약 10여일만에 도착했다.
오자마자 미리 사둔 스트랩을 장착하고 ㅋ_ㅋ 배송료 아까워서 열 통을 사둔 필름을 끼웠다.
혹시 하자 있을까 싶어서 얼른 첫롤을 찍어보았다.
다행히도 눈에 띄는 하자는 없는 것 같다. 카메라 저렴하게 잘 산 것 같아서 행벅 헤헤
한장한장 소중한 일상을 담아나갈 생각이다. 조금 더 의미 남는 나날들이 되길.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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