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501-06 프랑스 파리/니스 (3)콩코드광장, 오르세미술관, 오랑쥬리미술관, 샤요르궁, 개선문, 바또무슈
이날은 일정이 좀 빡셌기에 아침 일찍 출발해서 갈 수 있는 덴 가자! 해서 아침에 튈르리 정원에 가기로 했다.
원래 계획은 폴 같은 데서 빵 사서 거기서 먹는 거였는데 비가 부슬부슬 오네...
콩코드 광장 내리자마자 또 감탄.
아침의 튈르리정원은 조용했는데, 조깅 하는 사람도 꽤 있었다.
신기했다. 평일인데도 아침부터 이렇게 다들 운동을 하는구나.
여기 새들은 참 저돌적이고 사람 무서운 줄 모른다. 청둥오리랑 같이 식사도 하고 말이야.
비 피하러 안젤리나로 가는 길. 흔한_유럽의_거리.jpg
튈르리 앞쪽 아케이드에 있는 안젤리나로.
이날 친구랑 같이 생활한복을 입고 있었더니 지나가던 조거 아저씨가 뛰다말고 사진을 찍어갔다고 한다.
생활한복 색이 고와서 사진 찍으면 잘 나오긴 하더라. 남들이 찍으라고 입은 건 아니지만...
안젤리나는 예전... 6년 전 배낭여행 왔을 때도 들렀던 곳이다.
핫초코와 몽블랑이 유명하다고 해서 두 개 시켜서 같이 먹다가 너무 달아서 속 배릴 뻔 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핫초코만 먹어야지! 했는데 친구가 몽블랑 시키자길래 또 핫초코를 포기하긴 싫어서 그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치만 맛있는 건 맛있는 것. 핫초코가 진짜 내가 꿈꾸는 그런 종류의 핫초코다. 갓 초콜릿을 녹여서 만들어낸 듯한 그 진득함.
그리고 명불허전 시그니처 메뉴 몽블랑에 반한 우리는 나중에 공항 기념품샵에서 안젤리나의 밤 스프레드를 산다고 한다...^^
비가 어느 정도 그쳐 오르세로. 오픈 시간에 거의 맞추어 간 건데도 줄이 굉장했다.
이 와중에 새치기하는 유럽 아저씨도 계셨고.
친구랑 각자 감상하고 두 시간 후에 만나기로 했다.
까뮈의 페스트가 생각나는 작품.
작품명이 운명의 수레바퀴였던 것 같았다. 타로카드도 생각나고, 저 수레바퀴에 매달린 인간들의 모습이 한없이 나약한 게 인상적.
죽음과 소녀 대충 그런 이름이겠지 뭐... 다 불어라서 대충 눈치로 볼 수밖에 없었다.
아주 평범한 공간인 침실에 나타난 사신과, 놀란 표정의 여인, 침대맡에 앉아 있는 죽음.
죽음이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것.
나비파쪽 전시에서 본 조각. 차례대로 탄생-사랑-죽음이다. 인간의 삶은 크게 이 세 단계인 걸까.
툴루즈 로트렉.
이번에 프랑스 가기 전에 <미드나잇 인 파리>를 다시 보고 갔는데, 그래서 그런지 괜히 막 친근.
로트렉 작품 느낌을 좋아한다. 물랑루즈도 다시 봐야겠군.
1층에 있는 조각. 작품명은 세이렌.
세이렌에게 홀린 인간의 멍한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이쪽은 중동지역을 그린 작품들이 쭉 전시되어 있었다.
이 풍경이 언젠가 내가 인도 사막에서 보았던 것과 흡사해 보였다.
천천히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
아직 인상파 작품을 하나도 보지 못했는데 한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니!
마음이 급해져서 얼른 5층으로 올라갔다. 올랭피아를 필두로 주옥같은 인상파 작품들이 펼쳐져 있다.
열심히 감상하다가 지나가는 길에 찍은 시계.
위가 모네, 아래가 르누아르인데 풀밭의 길을 걸어 내려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 비슷해서 흥미로와 찍었음.
평소에도 르누아르 그림을 좋아하긴 하지만, 여기서 이 작품을 보고는 왠지 눈물이 다 날 뻔했다.
저 햇살. 햇살만큼 밝은 미소들. 발그레한 볼과 따뜻한 풍경.
이런 아름다운 작품을 내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니 얼마나 행복한지. 저 행복의 일부가 내게도 나눠지는 듯했다.
시골무도회와 도시무도회도 같이 걸려 있다.
르누아르의 여인들은 발그레한 볼에 마치 행복과 사랑이라는 감정을 형상화한 것 같다.
그런데 도시 여인은 왜 이렇게 슬퍼보였을까.
올랭피아. 저 여인의 당당하고 당돌한 눈빛이란.
고흐 작품을 찾지 못해 좌절하고 있다가 힘들게 찾았다. 2층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몰라서 괜히 5층에서 1층까지 왔다갔다했네.
전날 만나고 온 오베르의 성당을 여기서 다시 만났다. 감회도 새로워라.
고흐의 자화상. 배경이 맑은 하늘색인 게 괜히 또 슬펐다.
노란 방. 고갱과 함께 할, 화가 공동체에 대한 희망이 담겨 있었을 노란 방...
위 작품들은 고흐관에 전시되어 있고, 또 지금 오르세에서 진행 중인 전시 구성 안에 인상주의 작품들이 또 포함되어 있다.
내가 찾아헤매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도 이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이 작품 앞에서 또 다시 울컥.
이 작품이 내 눈앞에 있다는 사실에도, 또 작품 자체의 아름다움에도. 정말 이 앞을 떠나기 싫었다.
나오는 길에 찍어본 오르세의 입구쪽.
두시간동안 열심히 서서 돌아다니느라 힘들었으므로 다시 튈르리로 돌아와 당을 충전하고 가기로 한다.
당돌한 까마귀가 있었다.
누텔라&바나나 크레페와 에스프레소. 뭐 하나 떨어뜨리는 순간엔 비둘기와 청둥오리들이 열심히 걸어오니 주의해야 했다.
좀 쉬다가 오랑쥬리로. 오랑쥬리는 튈르리 안에 있어서 멀지 않았다.
모네의 수련 연작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관람객이 있는 곳이 바로 수련 정원이 되게 하는 모네의 마법.
지금은 일본 이시하시 재단 소장품 전시도 하고 있었다.
일본 화가들의 근대화에서는 동양적인 느낌도 같이 있어서 참 독특했다.
또 이 재단에서 가지고 있는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었고. 생각보다 이쪽 전시도 괜찮아서 행복했다.
벅참을 가득 안고 샤요르 궁으로. 이번에 와서 아직 에펠탑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가서 걸어가는 길, 저만치서 보이는 에펠탑에 벌써 설레기 시작.
길가에 보라빛 등나무꽃도 잔뜩 펴있었다.
파란 하늘도 좋았겠지만, 흐린 날의 파리는 또 흐린 날대로 운치가 있고 멋지다.
여기서 인생샷을 찍기 위해 고군분투함.
계단쪽 난간같은 벽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는다.
나도 올라가려고 했는데 자칫하다 뒤로 떨어질까봐 무서워서 제대로 못 올라가고 있으니, 옆에 있던 아저씨가 도와줄까? 물어보더니만 들어서 올려줬다.
친구는 아까부터 그 아저씨가 우리 소지품을 노릴 수 있으니 가방이랑 핸드폰 제대로 챙기라고 경계했는데 외려 도움을 받았네 ㅋㅋㅋ
뿌듯하게 인생샷을 남기고 샹젤리제 거리로. 당연히 테마곡은 오~ 샹젤리제~였다.
아베크롬비도 들어가보고, 기념품샵도 들어갔는데 너무 비싸서 기념품은 사지 않았다. 역시 파리의 물가란 이런 것이군...
쭉 걸어가다가 만난 개선문.
앞에 횡단보도가 있고 그 중간에서 사진들 많이 찍던데, 우리는 쫄보라 차 지나가면 위험할까봐 그냥 이런 데서 찍는 걸로 만족.
아침부터 이어진 강행군으로 발이 몹시 힘들었다. 친구는 H&M 가서 운동화를 사 신었다. 나는 그러지는 않았지만 이미 정신이 혼미.
배가 고파서 파이브가이즈로 가서 햄버거를 사먹었다.
프랑스 와서 파이브가이즈라니... 라고 잠시 자괴감이 들기도 했지만, 한국엔 없는 거잖아?!
유럽 사람들도 여기 쉐이크 들고 셀카 찍는 걸 보면 여기서도 나름 핫한가봐 헤헤
엄청난 패티와 치즈! 감자는 미듐 시켰는데 양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많았다.
배불리 먹고 이번엔 개선문을 올라가기 위해 다시 개선문쪽으로.
무슨 행사같은 걸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제사 같은 건가?
강행군에 지친 우리에게 개선문 올라가는 계단은 몹시도 힘들었다.
올라가다 보니 연세 있으신 일본 노부부는 계단 한켠에서 쉬기도 하시고.
하지만 올라가서 만난 파리 시내는 참 좋았다.
그리고 내려오는 길에 무심코 개선문 기념품샵 들어갔는데, 규모도 작고 해서 코웃음 치며 들어간 곳인데,
뜻밖에 거기서 지갑을 털리고 말았다...
파리 포스터도 사고 노트르담이랑 파리 페이퍼컷팅 된 것도 사고...
거리 다니면서 복고풍 포스터 같은 걸 살까말까 계속 고민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예쁜 포스터를 사서 행벅...
그리고 여행 내내 그 포스터 안 구겨지게 다니느라 고생했찌...
개선문 이곳저곳을 볼 때마다 감탄. 어떻게 이렇게 섬세하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었을까.
다시 버스를 타고 이번에는 바또무슈 선착장으로 간다.
8시 출발하는 배를 탔는데 아직도 훤하다.
스페인어, 영어, 중국어, 한국어로 안내를 해준다. 우현인지 좌현인지 하는 말이 좀씩 짤리긴 하지만, 참 도움 되는 안내였다.
내 사랑 노트르담...
에펠탑 조명이 들어오는 걸 봐야 하는데 얘가 조명이 안 켜져서 계속 초조해했다.
그러다 9시 정각이 되자 갑자기 반짝반짝거리기 시작하는 에펠탑! 시간 맞춰 보고 갈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이날은 파리에서의 마지막 밤이어서, 숙소로 가는 길에 마트를 들려서 맥주를 샀다.
전부 6개들이밖에 없어서 고민하다가 호가든 귤? 오렌지? 맛을 샀다. 감자칩이랑 체리도. 체리가 참 싸서 좋아.
발과 다리는 힘들었지만 꽉꽉 알차있었던 마지막 파리의 밤.
첫날 파리에 도착했을 때처럼 참 파란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