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영화

나의 소녀시대

hudieboy 2017. 4. 2. 21:51

학원물을 워낙에 좋아한다. 그 시절의 그 풋풋함이 떠올라서, 그래 그땐 그랬지 하는 마음으로 볼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나의 소녀시대' 역시 꼭 봐야지 봐야지 하던 영화인데 이제야 보게 되었다.


이미 성인이 되고, 닮고 싶지 않은 어른이 되어 있는 여주인공이 학창시절 다이어리를 펼치며 그 시절 추억으로 돌아간다.

사실 초반부는 그저 그랬다. 처음에 학창시절의 모습들이 죽 나열되면서 아 맞아맞아 저랬지! 한 것 말고는 별 거 없었다.

그런데 쉬타이위가 무심한 듯 린전신의 가방을 빼앗아 턱하니 제 어깨에 메곤, 차가 지나가자 린전신을 끌어안아 피하게 해주는,

바로 그 순간부터 마치 내가 첫사랑에 빠진 소녀인양 몰입하게 되는 것이었다.


사실 정말이지, 플롯은 특별할 게 없는 정도를 떠나 그냥 뻔하디 뻔하고 인터넷소설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 우리가 느꼈을 그 두근거림과 풋풋함, 말랑말랑한 마음을 잘 표현해내고 있어서, 그때 그 설렘을 다시 느끼게 하는 영화라 너무 좋은 것이다.

여자가 하는 말을 하나하나 다 귀담아들어두었다가 그대로 하는 남자라니...

게다가 유덕화한테 노래해달라고 할게! 라는 약속을 몇십년 후 진짜 지키는 남자라니...! (물론 이때의 쉬타이위는........이하생략)

쉬타이위의 표정, 행동, 오우양에게 고백하는 전신을 향한 마음, 그리고 녹음기 속의 나레이션까지.

아 이래서 왕대륙이 대세가 되었구나 단박에 이해가 가능했다. 정말 그 시절에 꿈꾸던 그런 첫사랑이잖아.


좀 안타까운 것은, 학창시절이 이미 판타지스러웠으면 현실로 돌아온 지금은 판타지를 좀 버렸어도 좋았을 텐데 하는 점이다.

학창시절을 훑어보고 돌아오자마자 멋지게 사표를 던지고 성과급은 나눠주겠다는 여주인공이라니...

그리고 덕후가 계를 타는 것에 이어(덕계못이거든욧?! 부들부들...) 첫사랑과의 재회라니...

(세월의 흔적을 보고 깰만도 한데 이들은 그저 감동만 한다. 첫사랑깍지는 대체 몇십 년을 이어지는 것인가)


어찌되었건 첫사랑의 설렘을 가득 전해주는 영화였기에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