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영화

바그다드 카페

hudieboy 2017. 3. 5. 11:05

영화는 야스민과 남편이 심하게 다투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야스민은 차에서 내리고, 남편의 차는 떠난다.


남편은 바그다드 카페에서 야스민을 찾아보지만 있을 리가 없다.

맥주는 허가가 없어 팔지 못하고 커피는 커피머신이 고장나 팔지 못하는 바그다드 카페.

있는 거라곤 브렌다의 남편이 주워온 보온병뿐.


브렌다는 커피메이커를 사오라는 부탁을 늘 까먹는 남편에게 화를 낸다.

피아노를 치고 있는 아들에게도 화를 낸다.

자꾸 이러면 떠나겠다는 남편에게 꺼지라고 화를 내자 남편은 정말 떠나버린다.

"눈물 한 방울 흘릴 줄 알고?" 하던 브렌다는 운다.


바깥 소파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는 브렌다 앞으로 큰 짐가방을 든 야스민이 나타난다.

눈물을 닦는 브렌다와 땀을 닦는 야스민.

남편이 떠나버린 브렌다와 남편을 떠나온 야스민.

이 영화에서 빼놓으면 안될 주제곡 'Calling you'가 들려온다. 이것이 두 여인의 첫만남이다.






바그다드 카페에는 손님이 많지 않다. 오랜만에 모텔에 묵을 손님다운 손님을 받아봐서인지, 브렌다는 허둥댄다. 그리고 의심한다.

어느날 갑자기 사막의 바그다드 카페에 나타난 독일 여자. 여기는 중심부이고, 정말 카페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게다가 그녀의 짐이라곤 거의가 남자 옷이다.

남편의 차에서 내리며 급하게 챙긴 것이라 그렇겠지만, 브렌다가 알 리 없다. 그런 사정을 듣고 싶을 만큼 관심도 없었을 테고.

브렌다는 이미 많이 지쳐 있고, 다른 이와의 관계를 맺고 싶지 않든지, 맺어본 지가 오래 되어 더듬대든지 한 것 같다.


야스민은 나중에 마술쇼로 바그다드 카페를 북적이고 활기차게 만들지만, 사실 야스민의 존재 자체가 마법이었던 것 같다.

한때 할리우드의 세트를 그렸다든 콕스 영감님은 야스민을 그리기 위해 다시 붓을 잡는다. 시간이 갈 수록 모델 야스민의 옷은 한 겹씩 얇아지고.

아들을 돌보지도 않고 남들이 시끄럽다고 해도 피아노만 치고 싶어하던 살에게 다가가 그의 재능을 보아준다. 

수많은 남자들과 어울리던 필리스에게, 옷을 입어보게 해주고 함께 장난을 치는 살가운 여자친구가 되어준다.

그리고 살의 아들을 따스하게 안아준다.

야스민의 방에 이들 모두가 모여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건 야스민의 마법이니까.


하지만 브렌다는 이런 야스민을 경계한다. 또 무언가를 빼앗길까봐 두려운듯 먼저 가시를 내보인다.

그러나 아이가 없다는 브렌다의 말에 그 가시를 접는다. 야스민은 이제 브렌다를 마법으로 물들인다.

브렌다가 야스민에게 내민 수줍은 장미 꽃봉오리. 그리고 곧, 브렌다가 들고 있는 다발에서는 색색의 꽃이 활짝 피어난다. 야스민의 마법으로.



누군가는 너무 화목하다며 떠나기도 하지만, 이제 너무나도 활기가 넘치는 바그다드 카페.

야스민이 어쩔 수 없이 떠나게 되었을 때, 직원은 이렇게 말한다. "The magic is gone."

마법은 사라졌다. 야스민은 떠나갔다.


그래서 흰 옷을 입고 돌아온 야스민의 모습은 거의 천사처럼 보였다.

그리고, 브렌다와 야스민은 첫만남에서처럼 거리를 둔 채 서로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껴안고 서로를 향해 웃어보인다.




라스베가스에서도 볼 수 없는 바그다드 카페만의 마술쇼는 다시 시작된다.

살은 피아노를 치고, 필리스는 분위기를 띄운다. 브렌다와 야스민은 함께 공연을 한다.

처음에는 야스민만이 마술을 부렸다면, 이제는 모두가 참여하는 것이다. 그 화려하고 생기 넘치는 쇼에.




돌아온 남편을 브렌다는 웃으며 안아준다. 처음에 화를 내고 소리만 지르던 브렌다와는 너무 달라진 모습이다.

마지막에 콕스에게 청혼을 받은 야스민은 이렇게 말한다. "브렌다와 상의해볼게요."

그리고 다시 Calling you가 흘러나오며 영화는 끝이 난다.


황량한 사막의 바그다드 카페가 마법을 만나 따스한 색으로 물들어가는 이야기는 스크린 밖의 나까지 물들일만큼 따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