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70225-26
hudieboy
2017. 3. 1. 22:51
하마터면 입구를 못 보고 지나칠뻔.
친구의 눈썰미로 입구를 찾아 내려갔는데 앞에 웨이팅이 20팀이던가...
기함을 토하고 테이크아웃을 하려는데도 2~30분을 기다렸다.
그렇게 힘들게 손에 쥔 아인스패너. 마시는 순간 친구와 함께 "...!!!!!!" 모드가 되었다. 기다린 가치가 있다며.
드립 커피 위에 크림을 얹어주는 커피인 모양인데, 사르르 녹는 크림과 커피의 조화가 아주 환상적이었다.
그렇게 당과 카페인을 동시에 충전하고 기운차게 돌아다니기 시작.
제로스페이스. 여행에 관련된 디자인이 가득한 곳이었다. 지도들이며 노선도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이사 가면 꼭 여기 다시 들러서 지도 하나 사겠다고 맘먹음.
원래 태양식당을 가려고 했는데 줄이 어마무지했다.
자연스럽게 포기하고 옆에 있는 주오일식당 갔는데 여기도 웨이팅이 두 시간정도 예상된단다.
마지막으로 베를린키친만 가보자고 다짐했다. 여기도 안되면 그냥 우리 동네 가서 밥 먹자구...
얼른 웨이팅 명단에 이름 올리고 한참을 돌아다녔다. 망원시장 고로케집 줄에는 다시 한번 기함을 토했다.
그런데 그러고 돌아왔는데도 위에 있는 대기자들이 영 줄지를 않았다. 절망하고 있는데 직원분이 나오시더니 출석(?)을 부르시고 자리에 없는 분들 이름을 슥슥 지워나간다. 한순간에 우리 앞에는 네다섯 팀밖에 남지 않았다. 아까 못 보고 온 가게를 다시 가서 둘러보고 올까 얘기하던 우리는 얌전히 가게 앞에 섰다.
그리고 겨우 먹은 저녁식사.
특출나게 맛있는 건 아니지만 정성이 가득한 것 같고 깔끔센스있는 차림이 좋았다.
핫한 나머지 어딜 가나 한두 시간 줄을 서야 해서 사랑스러움보단 짜증을 먼저 느끼기 쉽다는 게 함정...
둘째날.
친구와 나 모두 빵수니이므로 성수동 어니언으로. 오픈 전에 갔더니 몇 팀이나 대기를 하고 있었다. 중국 친구들이 모델 포즈로 사진을 찍는 걸 존경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기도 했다.
오픈하자마자 사람들을 따라 들어갔다. 일단 들어가면 빵 파는 공간이 있고 더 들어가면 앉을 수 있는 자리들이 있다. 뭣도 몰랐는데 사람들 따라 가니 그렇다. 역시 관광지에서는 사람 많은 데를 따라가면 다 된다. 자리 잡아놓고 얼른 빵 파는데로 왔다.
여기 온 목적은 물론 팡도르였기에 팡도르를 하나, 그리고 원랜 딸기류를 먹고 싶었지만 급선회하여 앙버터를 하나.
앙버터가 참 맛있었다. 팡도르도 맛은 있었지만 마구 특별한 맛은 아니었던 듯.
평소에 르누아르의 그림을 좋아했다. 처음 르누아르를 알게 된 것은 내가 좋아하던 커피우유 패키지에 있는 그림이 르누아르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르누아르의 그림에서 여인들로 구현되는 그 행복함, 사랑스러움. 그것을 잔뜩 모아서 볼 생각에 되게 설렜다.
전시장이 중간중간 뚝뚝 끊기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전시를 보다가 갑자기 바깥 통로를 통해 다음 전시장으로 가야하는 식이다. 두 번 정도 그랬던 것 같다.
그래도 르누아르의 여인들을 소녀/여인/가족/목욕하는 여인들의 테마로 한번에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테마는 '가족 안의 여인'이었다. 아들 장의 보모였던 가브리엘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데, 아이와 함께하는 여인의 흉내낼 수 없는 아름다움이 참 좋았다.
르누아르는 보통 인상주의전 같은 데에 몇 작품 끼어있는 걸로 만나곤 했는데, 이렇게 르누아르의 작품들만 만나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건 5월 프랑스여행 때 오르셰에 가서 푸는 걸로.
앉아서 커피 한 잔 했음 좋았겠지만 다음 갈 길이 멀어서 이만.
들어가서는 반미, 분짜, 반포? 소고기쌀국수를 시켰다.
다행히도 친구도 나도 고수를 좋아해서 고수매니로 주문.
분짜는 작년 초 베트남 여행 갔을 때 먹었던 게 처음이기도 했고 워낙 맛있었던지라 객관적으로 평가가 안 되지만 꽤 맛있었고, 쌀국수와 반미 다 맛있었다. 모든 메뉴가 이렇게 맛있다니... 행벅... 역시 기다릴만했어...
얼마 떨어져있지 않아서인지 앞에서 주차 안내해주시는 아저씨의 숙련된 안내(ㅋㅋㅋ) 덕분인지 레호이에서 식사한 대부분의 손님이 릴리브로 가는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창가에 앉았더니 햇볕에 등이 뜨거워 나중에는 자리를 옮겨야 할 지경. 볕도 좋고 풍경도 좋았다.